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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군가의 손을 맞잡아보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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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겨울이었습니다.
식당 문을 열고 나오는데 제 앞으로 70대 어르신이 맨발로 지나가셨습니다.
얼른 제 신발을 벗어 노인의 꽁꽁 언 발에 신겨 드렸지요.
“어딜 가세요?” 여쭈니 “죽으러 가네” 하십니다. “집에 모셔다 드릴 테니 업히세요”하고 등을 내밀자 “이래 봬도 내가 해병대야!” 하셨지요. 어르신이 산다는 반지하 셋방엔 곰팡냄새, 음식 상하는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사흘을 굶으셨다기에 밥을 지으려는데, 별안간 칼을 내놓으라고 달려 드셨지요. 기어이 죽어야겠대요. 그래서 머리에 쓰고 있던 제 모자를 벗어 던졌습니다.
그리고 외쳤습니다. “어르신, 저보다 머리숱도 많으면서 왜 죽으려 하십니까?” 0.1초쯤 지났을까. 마른미역 같던 그의 얼굴에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제가 만날 웃겨 드릴 테니 다시 사시면 안 될까요?”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단점이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장점’인가 봅니다. 저에게 대인 기피증을 안겨준 민둥머리가 한 사람을 살렸으니까요. 그렇게 어르신과의 만남이 시작됐습니다.
어느 날 가 보니 저랑 똑같이 머리를 밀었더군요. 제게 먹인다고 산나물도 뜯어와 무쳐 놓으셨어요. 저는 곰팡이 핀 벽지를 뜯어내고 도배를 새로 해 드렸습니다.
어두운 지하방이 제 덕에 환해졌다며 웃으셨지요.
옆집 아주머니가 집구경을 왔다가 어르신에게 물었습니다. “저 황소 같은 총각이 누구요?”
어르신이 답하셨습니다. “아, 제 아들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파이팅 넘치게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지요. 그런 저에게 또 다른 아버지가 생긴 겁니다.
친구 병문안을 가던 날이었습니다.
귤이 먹고 싶다길래 리어카에서 한 봉지 샀습니다. 갑자기 문득 샛노란 귤에 그림을 그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습니다. 별의별 모양의 그림이 그려진 귤을 보고 친구가 깔깔대며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이 귤을 지하철역의 ‘노숙자 아버지들’ 한테도 갖다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바로 지하철역으로 달려갔습니다. 한데 귤을 받은 남자분이 눈물을 뚝뚝 흘리셨습니다. “왜 우세요?” 하고 물었더니, 여느 때처럼 봉사자들이 나눠주는 아침 식판을 받아드는데 자기가 꼭 짐승 같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차라리 죽어버리자 싶어 지하철 선로에 발을 내밀기 여러 번, 술에 취하면 용기가 날까 봐 소주를 구하러 가는데 웬 빠박이 청년이 나타나 귤을 건네 주더랍니다.
집에 두고 온 아들 녀석처럼 해맑게 웃고 있는 귤을요. 그 남자분, 다시 살아야겠다며 역사를 떠났습니다. 대박이지요? 이후로, 틈날 때마다 귤에 그림을 그립니다. 1년 동안 6만 개 정도 그렸나 봐요. 골목에서 혼자 우는 아이, 사랑을 잃고 술 취해 널브러진 청년, 실직해서 거리를 방황하는 남자, 그리고 사창가의 여인들에게도 나누어주었습니다. 대전역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그 여인은 두 손에 귤을 감싸 쥐고 이런 말을 하더군요
“지금껏 수많은 남자를 만났지만, 오늘에야 처음으로 누군가 날 진심으로 안아준 것 같아.
고마워.” 햇살보다는 그늘 아래로 자꾸 마음이 가는 건, 저 또한 그렇게 자라서입니다. 서둘러 세상을 둥진 아버지, 늘 아프셨던 어머니, 허구한 날 주먹질로 교도소를 들락거리는 형님....,
삶을 놓아버리고 싶은 날이 제게도 많았습니다. 비뚜로, 엉망으로 사는 게 신에 대한 복수라고 여겼지요. 그때 어느 목사님이 저를 일으켜 주었습니다.
솥뚜껑 같은 제 손을 꼭 잡은 채로 그분이 울더라고요. 저의 심장도 다시 뛰기 시작했습니다.
함께 울어주는 것, 따듯이 손잡아주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내게 왔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하루 무엇을 하셨나요?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셨습니까?
김윤덕 - 이글은 '라이프 콘서트'에서 연극배우 김건희씨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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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댓글 5 개
송명숙(65)
2021-11-27
노안으로 더 나뻐저서 인지
읽다가 읽다가 줄을 놓치게 되는 선배님의 글..
몇일 걸려 읽다가
또 읽고 읽었습니다..
맞아요..
손을 따뜻이 잡아 준다는 것..
잡아 줄수 있다는것은
큰 행복이고 축복 입니다..
좋은 글 감사 합니다...^^
유영옥(57)
2021-11-27
망설였어요. 안 좋은 시력으로 여러 날 걸려 읽으셨다니
크! 미안함이 가득하면서도 이어지는 마음이 감사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노순희(53)
2021-11-27
손을 내미는 이나 잡아주는 이나 같이 따스함을 느끼겠죠
날씨도 싸늘한데 참으로 따스한 글....
베품은 돈이 많아야만이 아니고
마음부터 시작하면서~작지만 실천으로 이어나가면 되겠죠
따스한 글 읽으며 남은 시간들...실천하도록 노력해야겠어요
유영옥 후배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오미례(61)
2021-11-27
가끔은 길어도 이렇게 신선한 글
환영합니다 ㅎ
따뜻하면서도 교훈이 되는 이야기가
어떻게 한두줄로 전달이 되겠습니까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맛을 안다고
고생도 제대로 해본 사람은 그 고생을 더 알겠지요
하기에 승화시켜 생명줄을 살리기도 하구요
귤에 그림을 그린다
얼마나 멋진 발상인가 하다가
1년에 육만개에서는 혀를 내두릅니다
저희들도 한번쯤은 시도해볼 만한
기발산 선행의 방법
이 해가 다가기전에 ㆍㆍ시도해 봄직한!!!
홍정일(49)
2021-11-28
누군가에게 손을 잡아 준다는 것
마음이 따뜻한 사람만이 ...
이 온정의 글을 보면서 지난날들을 되돌아보며
이제라도 잘 살아야 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교훈이 되는 감동의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