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때 반장이던 현숙에게서 연락을 받기전까지는 내가 여고를 졸업한지 27년이나 된걸 한번도 세어보며 살아오지 않았었다.
더군다나 내가 3학년때 2반이었다는것은 사실 기억도 나질 않는다.
그때의 담임선생님이 우용기 선생님이란것 밖에는....
그런데 신기하게도 어느닐 밤 현숙이가 자기가 반장이라서 전화를 한다며 우용기 선생님께서 퇴임을 하셨으니 선생님을 모시고 반창회를 여는게 어떻겠느냐는 소릴 들으니 모든것이 바로 어젯일처럼 선명하게 생각이 나는게 아닌가?
단발머리에 흰얼굴위로 둥그런 안경을 낀 현숙이의 모습이며 마음속 깊숙히 뭍어두었던 정다운 친구들의 이름과 얼굴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아름다워던 교정의 담쟁이 덩굴과 은행나무의 모습과 함께.....
벌써 선생님께서 퇴임을하실때가 되었구나!
하기사 내가 이렇게 나이를 먹어 아들이 고3이 되었으니 세월이 많이 흘러가긴 했지.
나는 친했던 친구들인 오영미와 한이남도 오냐고 물으면서 8월 28일 토요일에 인천에 있는 올림포스호텔( 지금은 파라다이스 호텔로 이름이 바뀌었음)로 가겠다고 약속을 하였다.
사실 약 3년전쯤 부터 나는 여고 동창회에 1년에 한번 참석을 한다.
그곳에서 선생님들도 뵙고 그리운 친구들도 만났다.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너무 반가우면서도 서로 인사만 하다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돌아오곤 하였다.
하지만 이번엔 고3때 친구들만 만난다고 생각하니 내가 다시 여고시절로 돌아간듯한 마음에 한없이 기대도 되고 들떠오는게 아닌가?
드디어 토요일 오후 나는 한동네 사는 화연이와 연락을 하여함께 출발을 했다.
화연이는 당시에 대단해서 이화여대를 수석으로 입학을 하여 동아일보에 사진까지 실린데다 한때는 내 짝도 잠시 했었지만 그리 친하게 지낸편은 아니었다.
그리고 여고 졸업후엔 전혀 소식을 모르고 지내왔는데 몇년전에 일산으로, 그것도 우리동네로 이사를 왔다.
우리는 동창회에 가게되면 일산친구들과 서로 연락을 해서 함께 가곤했다.
그런데 반창회에 갈려니 달랑 우리둘만 가게된것이다.
그래서 둘이서 이야기를 해보니 화연이는 대학 입학과 동시에 서울로 이사를 왔기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과도 소식을 주고받지 못했단다.
그동안 아들 하나와 쌍둥이 딸을 키우면서 엄마노릇 착실하게 하며 살아온 모습이다.
여전히 얌전하고 말이 없다.
지난번엔 화연이 차로 갔으니 이번엔 내차로 가면서 일산에서 인천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1시간도 채 안되어 도착을 했다.
이렇게 가까운곳이었는데 화연이도 나도 너무나 오랫만에 인천에 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