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영화 올드보이의 주제가 ‘The Last Waltz’가 울려퍼진다.

멜로디는 비슷하지만 곡이 주는 느낌은 완연히 다르다. 올드보이에서는 음울한 상황에 대한 묘사로 이 곡이 쓰였다면 이 연주에서는 애잔한 사랑얘기가 어울릴 것 같다. 대금, 소금, 대아쟁과 해금, 가야금 등으로 이뤄진 퓨전 국악밴드 ‘닮은 사람들’의 연주 동영상이다.

퓨전 국악이 인터넷으로 날개를 달았다. 프로는 물론 아마추어 연주가들도 앞다퉈 연주 동영상을 올린다. 올드 보이의 주제가는 물론 이제는 할리우드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미션 임파서블의 주제곡, 비틀즈의 전설이 된 렛잇비(Let it be) 등의 해외 팝송, 쿨의 올포유(all for you) 등 각종 국내가요 등의 리믹스 버전 등 곡목도 다양하다.

퓨전 밴드도 ‘닮은 사람들’은 물론 ‘오리엔탈 익스프레스’, ‘슬기둥’, ‘그림’ 등 10여개의 밴드가 활동 중이거나 활동했다. 이들의 연주 동영상은 해외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youtube)에도 소개돼 높은 인기를 끌고있다.

퓨전 국악에 대한 시도는 많지만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숙명 가야금 연주단과 비보이, DJ 이창의와 함께 비트박스로 은준이 참여한 캐논 변주곡으로 꼽는 사람들이 많다. 이 음악은 한 CF에 삽입돼 큰 인기를 끌었으며 숙명 가야금 연주단의 5집 앨범인 ‘포유(For you)’에도 수록됐다.

퓨전 국악을 바라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정악이나 산조 등 정통 국악의 발전에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과 세계적인 곡들을 우리식으로 재해석함으로서 국악의 발전에 일조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국악 평론가 윤중강씨는 후자에 힘을 실었다. 윤씨는 “국악의 대중화·세계화가 이슈인 상황에서 대중들이 익히 알고이는 선율을 가져와서 국악기로 연주하는 것도 훌륭한 대중화 방안이다”고 단정했다. 이럴 경우 국악에 익숙하지 않은 청취자들도 굉장한 친근감을 느끼게 되지만 선율, 리듬, 악기를 모두 모르는 상황에서 국악을 접하게 되면 ‘나하고 다른 음악, 나는 모르는 음악’으로 단정짓고 듣지 않게된다는 것이다.

윤씨는 “서양 악곡을 가져와서 한국식으로 해석하면 훌륭한 한국음악이 된다”면서 “국내에서 유행한 캐논변주곡을 국악으로 연주한 곡을 들어보면 후반부에는 우리의 엇모리 장단을 가져다 쓰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파헬벨의 캐논의 경우 중국이나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폭넓게 재해석되고 있지만 한국에서처럼 비난받지 않고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마추어 연주가들이 정통 국악보다는 퓨전 음악에 치우치거나 UCC를 통해 알려지는데만 급급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반론을 제기했다. 윤씨는 “48현 개량 가야금으로 캐논 변주곡을 연주해 스타가 된 천새빛씨의 경우에서 보듯 아마추어 연주가들이 단계적으로 업그레이드 돼 국악을 발전시킬 수 있다”면서 “처음부터 정통 국악만을 강요하면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통로가 막힐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준구 허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