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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했던 것들과의 이별 (옹기그릇)
  • 작성자 : 홍정일(49)
  • 작성일 : 2021-04-18
  • 조회 : 230
  • 첨부파일 : 단체사진1.jpg

결혼후 30대 초반에 작은 항아리를 사려고 옹기집에 갔었다.

옹기집 마당 한켠에 작은 종재기 세개로 세모 모양을 이룬 옹기그릇 한쪽이 깨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비록 깨어져 쓸모는 없지만 갖고 싶은 마음에 궁금하여 여쭈워 보니

양념장 단지라고 하셨다. 나는 욕심이 생겨 주인께 달라고 했다.

이리하여 나의 소중한 물건이 되었다.

친정어머니께서 주신 보잘 것 없지만 흔치않은 아담한 새우젖독과 꿀단지 였던 다른백항아리

와는 달리 예쁜 청색의 꽃무늬 백항아리와 시어머니께서 주신 작은 백항아리가 이미 집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느 날 온양도고에 고모님을 뵈러 갔었다.부두막 구석에 손잡이가 달려 있는 원통 모양의 옹기그릇과 

뒤뜰 장독대 뒤에 버려진듯한 술병같은 옹기그릇이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내 시야에 들어 왔다.

주인의 무관심속에 버려져 있는 것이 나에게는 귀한 것들이 되어 보석 같이 보였다.

고모님께 나의 마음을 전하니 흔쾌이 주시어 식구가 늘어나니 마음이 부듯했다.


그러던 어느날 아파트 같은 동에서 큰시루와 작은시루, 큰새우젖독을 버리려고 내 놓은 것이다.

모두 잿빛 색갈을 띄우고 있어 보기에도 구하기가 힘든 귀한 물건들이 였다.

사연은 모르겠지만 버림을 받은 그 물건들이 나에게는 귀한 것들이기에 부자가 됀 기분

베란다에 먼저 자리하고 있는 그들 곁에 가지런히 놓고 흐믓해 보고 또 보았다

장독뚜껑도 한 몫했다.경상도 뚜껑은 속이 깊어 꽃꽂이 수반으로 사용하려고 구미에서 살때

구입한 뚜껑에 주황색 할련화 화분을 올려 놓으니 한층 더 돋 보였다.

약탕기도 빼 놓을 수가 없다. 시어머님께서 쓰시던 다디미돌과 방망이, 냇가에서 주서온 의미있는 돌등,

제주도 여행에서 사온 하루방들이 어우러져 있는 것을 볼 때마다 흐믓했다.

모으다 보니 욕심이 생겨 옛날 주막에서 술을 담아주던 술병을 사기도 했다.

 

나의 50대를 되돌아 보면 여행다니기 제일 좋은 시기인 것 같다.

여행다닐때는 그나라를 상징하는 종과 열쇄고리,냉장고 자석을 모으기 시작하였고

성냥갑과 라이타, 아이들이쓰고 남은 갖가지 모양의 예쁜 향수병들,

남편이 출장갔다 올때마다 사오는 양주와 크리스탈 장식품들 그 시절에는 한가지를 소유할때마다

그 즐거움이란 수집하는 사람들이 느끼는 마음 모두 똑 같을 거라 생각이 든다.

 

어느덧 나이가 들어 60대 후반에 들어가니 이러한 것들이 모두가 한때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 했던 모든 것들을 내가 끌고 다닐것도 아니고 이제는 모든 것을 정리좀 해야 되겠다는

마음에 딸들과 며느리에게 분산시키고 남은 것은 덩치가 큰 옹기그릇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한때는 잔듸가 깔린 어느 한곳에 자리해 제대로 빛을 볼 수 있는 그런 꿈도 꾸어 보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었다. 베란다에 있는 이 옹기그릇들을 하나하나 어루만지며 깨끗히 닦아 주었다.

어느 곳으로 보내야 좋을까 생각이 많았다.머리 속으로 이집으로 보낼까 저집으로 보낼까

생각하던중 마아가렡꽃이 만발했던 합창으로 인연이 됀 친구의 별장 평창이 생각이 났다.

 

그동안 사랑했던 옹기그릇들이기에 서운하지만 마음을 다잡아 먹고 합창 모임에 갔다가

옹기그릇 이야기를 했다.너무 좋아했다.당장 오늘 가자고 하여 8명이 으르르 몰려 왔다.

가지고 갈 당사자는 입이 귀에 걸렸다. 좋아 하기에 나도 흐믓했다. 서로가 갖고 싶어하는 눈치다.

그러나 분산시키는 것보다 한집으로 옮겨 가는것이 좋을 듯하다라는 나의 의견에 마음을 모아 주었다.

큰맘 먹고 산 거실 한켠에 있는 무거운 나무 절구통도 가져가라하니 어쪌주를 모른다.

나도 그랬을 것이다. 그 절구통을 남편이 사줄때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다.

아무개가 기증했다고 써 붙이라는둥 모두가 한바탕 웃었다. 8월에 평창에 가서 보자고 하면서

하나씩 들고 나와 차에 실었다. 다른 친구들도 서운하지 않게 다른 것으로 하나씩 가지고 갔다.

드디어 오랜세월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귀중한 물건들을 평창으로 시집을 보냈다.

서운하기도 했지만 그들이 제자리를 찾아 감에 나는 기뻤다.

내가 그들을 처음 만났을때 기뻐 했듯이 친구 또한 똑같은 마음이었으리라. 그들은 새주인을

만난 것이다.   이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빛과 함께 하얀 마가렛꽃이 환하게 미소지었던 그곳에서

영원히 함께 하기를 바라면서 나의 허전한 마음을 달래본다.

 

2012년 봄날에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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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댓글 3

  • 심현녀(56)

    2021-05-07

  • 선배님~
    여전하시죠?

    정감이 가고 추억이 서려있는 옹기그릇에 대한 이야기.
    감명깊게 읽었어요.

    선배님의 심성을 꼭 닮은 취미생활을 하셨군요.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운 물건을 누군가에게 물려주는 것도
    세심한 배려를 하시는 선배님.
    함부로 사고 함부로 버리는 요즈음 사람들에게
    좋은 교훈이 담긴 수필입니다.
    오래전에 써 두신 글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선배님~^*^

    백신 잘 맞으셨지요?
    이제 자유롭게 만날날을 기대하며~
    그때까지 건강하세요.
  • 홍정일(49)

    2021-05-23

  • 심 후배님!
    이방을 다녀 가셨군요~
    오늘이 5월 23일 5월 7일에 다녀가셨는데 이제야
    죄송합니다.건강하시죠?

    글에 대한 지식도 없이 그저 그때그때 써 놓은 글들~
    나만의 생각대로 써놓은 글들이기에 부끄럽지만 올리곤 합니다.
    글 남겨 주심에 감사합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멈춘 상태~ 모든 추억들이 그립습니다.
    백신은 두려움속에 1차 접종은 5월3일에 접종 무사히 지나 갔구요.
    5월 24일 내일이 2차 접종일 입니다.
    아무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만날 날을 기대하면서요~

    후배님도 남양주에 살면서도 만나지도 못하고~
    언제인가는 만나 봽겠지요.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그런 날을 기다려 보아요.
    고맙습니다^^
  • 홍정일(49)

    2021-07-19

  • 사랑하는 내 옹기그릇들이 이사한 곳
    대한 어머니 합창단 단원 평창집

    그 후론 가보지 못했습니다.
    남양주로 이사를 와 모일때 마다 연락은 계속 되었지만
    참석을 못하니 세월이 흘러 인연은 거기까지 였나 봅니다.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이사진이 ~
    그때가 그리워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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