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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와 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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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때 라디오처럼 좋은 친구가 있을까
라디오는 매체의 특성상 들으며 집안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일 것이다
유익한 정보와 현장의 소리에 공감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청취는 자연스러운 일과가 되었다
특히 밤 시간대의 고운 선율은 하루의 피로를 씻는데 충분하다
그런 내게 라디오하면 잊을 수 없는 한 가지 추억이 있다
40 여년 전 화창한 봄날이었다
여느 때처럼 집안 청소를 하며 라디오를 듣다가
청취자가 詩로 직접 참여하는 특집을 마련했다는 공지를 듣게 된 것이다
왠지 귀가 솔깃하니 참여하고 싶었다
창 밖에 칠할 쯤 벙글어 성숙의 빛깔을 뽐내고 있는 하얀 목련 때문이었으리라
유치했던 첫사랑 사연을 버무려 자유시 한 편을 보냈다
학창시절 이후 처음 써 본 시였다
며칠 후에 선택이 되었으니 참석하라는 작가의 전화가 왔다
.............................
큐!
진행자로부터 내 소개가 끝나고
자작시 - 목련, 그 빛깔 그 모습으로 ㅡ를 낭송했다
낭송이 끝나자 진행자는 칭찬을 하더니
- 댁에 목련이 몇 그루가 있나요?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스러웠다
- 저희 집에는 없고요 이웃집 뜰에 ...ㅎㅎ 자연은 느끼는 사람의 것이니까요...
미안한 듯
- 아~ 네 그렇지요 하하하...
계절과 시심, 시의 주제 등에 관한 이야기를 더 나누고
스튜디오를 나오는데 심사를 맡으셨던 박현령 시인께서 다가오셨다
" 시 공부를 해보세요. 잘 쓰실 것 같아요 ... "
환한 미소로 격려해 주시며 꽤 알려진 시 문예지 몇 권을 건네 주셨다
고맙고 행복했다 *줄탁동시라 함이 이런 것이리라
마음은 새가되어 하늘을 날고 있었다
(맞아, 여고시절엔 문예반도 아니면서 시화전에 참여했었지
잠재된 무엇이 있었길래 고개를 내밀었던 게야 ...ㅎㅎ)
그후로 시상이 떠오르면 밑그림을 그리고 기승전결을 갖추어
마침표를 찍을 때면 비록 미완일지라도 성취의 기쁨은 컸다
그러길 여러 해, 거울 속의 나는 분명 달라져 있었다
발견과 고백과 묘사를 통해 어리석음이 부른 심연의 응어리가 조금씩 풀렸던지
몸도 마음도 예전의 활력을 되찾아 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나도 모르게 터득한 집중(명상)의 결과물로
스스로 갇히어 탁한 나로부터의 해방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고치를 뚫고 나온 나비라면 과장일까 !? ^^*
소위 포엠 테라피 (Poem Therapyㅡ시 치료)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흥겹게 뭉클하게 따듯하게 써보리라
詩는 내게 잘 살기(잘 죽기)위하여 마음에 주는 물이다
삶이 과정이지 어찌 결과이겠는가 !
이렇듯 라디오와 詩는 글로 표현하므로 피어나는 꽃이 되게 하였고
훌륭한 멘토를 만나게 해주었으며
마침내 음악과 정보와 은유로 삶에 의미를 더해주는 정다운 도반이 되었다
어느덧 노년에 접어들었다
끝까지 손잡고 갈 참 고마운 길벗이다^^
*줄탁동시啐啄同時
줄(빠는 소리 啐)과 탁(쪼을 啄)이 동시에 이루어진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으로,
가장 이상적인 사제지간을 비유하거나, 서로 합심하여 일이 잘 이루어지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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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댓글 4 개
홍정일(49)
2020-04-25
모든 것이 해결이 되셨나요?
반갑습니다.
코로나19로 모든 것이 침체되어 일상생활이 어려워져
자유롭지 못한 것이 답답하기만 했는데 ...
이제는 조금씩 풀어지는 듯 그래도 조심은 해야할 듯 하네요.
우리시대 젊은 날엔 귀기우리고 듣던 라디오시대
옛 추억을 떠올리며 그때를 생각해 보니 동감합니다.
가끔 버스에 오르면 양희은의 "여성시대"를 들을 수 있는 것이 모두인데....
좋은 글 공감하며 잠시 머물러 보았습니다.
좋은 글 또 기다리겠습니다.
코로나19 잘 이겨 내시고 자주 뵙기를...
늘 즐거운 나날 되세요^^
김용숙(56)
2020-04-25
코로나로 인하여 나도
라디오와 좀 가까워졌지
TV가 거실에 출현하기 전까지는
라디오가 최고의 사랑을 받았던 시절도 있었지
지금도 여전히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좀 멀어져 가는 것 같구나
요새 라디오를 들으면서
아주 어렸을 때 라디오도 없어서
주인집 스피커에서 나오는
뉴스 음악 .가족오락 연속극등을 들었던
추억을 떠 올리며 그때를 생각했는 데
너는 라디오에서의 저런 사연이 있었으니
정말 고마운 친구 겠다
나도
더욱 더 사랑해줘야지~~~
즐거운 오후 되기를^*^
정영희(56)
2020-04-25
오랜만에 뵙습니다 반갑습니다 ^^*
편안하셨지요?
집에만 있으려니 시간이 널널해
그동안 버려두었던 블로그를 정리했어요
음원도 이미지도 사라져 썰렁하고 어수선하더라고요
이 글도 페이지를 넘기다가 흔적이 남아 있길래 살 좀 붙여 보았어요
올릴 때마다 부족함에 부끄러움을 느끼지만
두뇌운동이라 생각하면 가벼워집니다 ㅎ
저는 지금도 TV 보다는 라디오와 친하게 지냅니다
들으며 허드렛일을 할 수 있으니까요...
고운 걸음, 감사합니다
늘 건강 챙기시고요 ^^*
정영희(56)
2020-04-25
요즘엔 라디오 끼고 살아
안틀면 심심해서 ㅎㅎ
그래 스피커 생각나네
어린이 시간 시그널이 어찌 좋던지 ...
꽃과 같이 곱 ㅡ게 나비 같이 춤추며 ㅎㅎ
트랜지스터 가운데 놓고 연속극도 듣고 ^^
라디오하면 우리 동기 이영숙 이희숙이 생각나
보고 싶기도 하고 ...
영숙이는 Dj 이종환 최동욱의 광팬이었지
매일 음악 신청 엽서를 썼어
최신 팝과 가수 이름을 꿰고 있었지
그애 덕분에 주변 친구들도 팝을 많이 알게 됐거든...
홍선배님과 그대의 은근과 끈기로 홈이 잘 돌아가고 있어
고마움을 전하네 대단햐 ㅎㅎ
자주 봄세 ^^
고마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