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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마음의 코스모스 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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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코스모스 2
우리 집과 코스모스 꽃밭을 사이에 두고 꽤 큰 적산 가옥이 한 채 있었다.
그 집엔 우리 고장의 소금밭을 관리하는 아저씨 가족이 살았고 집주인은 서울에서 살았다.
주인집 딸인지 손녀인지 모르지만 내 또래의 여자아이가 가끔 이곳에 와서 지내곤 했다.
그는 부잣집 아이답게 옷차림도 깔끔하고 얼굴도 예뻐서 항상 내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
우리는 코스모스 꽃밭에서 함께 놀기도 하고 그 옆 커다란 감나무 그늘에
아니면 나뭇가지에 올라 앉아 쉬기도 했다.
어느 날 그 친구는 학교에 입학했는지 다시는 오지 않았다.
나는 그를 오랫동안 기다리며 지냈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어느 날 그가 나를 찾아온 것이다.
우리는 반갑게 만나 함께 옛 추억을 나누었지만 서운하게도
그것이 그 친구와의 마지막 만남이 되었다.
그 적산 가옥에는 목욕탕이 하나 있었다.
나는 가끔 그 커다란 무쇠 욕조에서 언니들과 목욕을 즐기기도 했다.
밖의 아궁이에 불을 피워 욕조의 물을 데워 묵은 때를 씻어 내는 온수 목욕은
그 친구와의 우정과 함께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고 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내 동생도 나와 함께 목욕을 한 적이 있다고 하는데,
3살이나 더 먹은 내가 그 기억을 못하니 동생에게 좀 무심했던 것이 분명하다.
코스모스 꽃밭은 1980년대 말 서해안이 쓰레기 매립지로 환수되어
소금밭도 없어지고 적산 가옥 주인도 떠난 후 함께 사라졌다.
가업을 이은 큰 오빠가 적산 가옥과 꽃밭을 인수하여 채마 밭으로 가꾸었기 때문이다.
세월의 흐름과 함께 적산 가옥은 화재가 난 후 몇 번의 보수를 거쳐
아직도 그 자리에 낡은 모습으로 남아있다.
채마 밭은 오빠의 노력으로 얼마 전까지도 싱싱한 채소를 재배해 왔다.
이제 내 고향의 모습도 곧 사라질 것이다.
그동안 고향을 지켜 온 그때의 사람들 그리고 그 후손들,
그들도 이제는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한다.
마을 전체가 대규모 아파트 단지로 개발되기 때문이다.
내 꿈의 동산 할미산 자락에 있던 고향의 모습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유년시절 코스모스 꽃밭에 얽힌 이야기와 그 이후의 소중한 기억들은
모두 내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있겠지.
가까운 미래에 최첨단 도시로 변한 고향을 찾아 산책코스로 변해 있을
할미산 정상에서 가곡 <옛 동산에 올라>를 목청꼇 불러 볼까나?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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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댓글 5 개
심현녀(56)
2019-05-07
여기저기 부서지고 흩어진 모습을 보며
마음이 참 아팠지요.
큰 오빠가족들도 곧 이사갈 준비를 하고 있고요.
이제 그리운 고향의 모습은 마음속에만
간직해야 될 것 같아요.
그 동안 생각해 두었던 고향에 대한 기억들을
너무 길게 늘어놓았나 봅니다.
참 좋은 계절에
동문들의 건강과 평안을 기원하면서...
정영희(56)
2019-05-07
패스워드 찾아서 들어왔어 ...
스마트 폰으로 쓰려니 눈살 고되구나 ㅎ
우리 세대는 기억 안에 고향이 준
수많은 수채화와 수묵화라는 보물을 지니고 살지
사계절 자연을 실컷 누리며 살았으니 복덩이들이여 ㅎ
작가는 평생 고향을 우려 먹는단다...ㅎㅎ
자주 글 올리렴
건강하고 ...
곧 만나자 ~
잘있어 ~^^*
홍정일(49)
2019-05-07
후배님의 어린 시절의 글을 읽어 내려가다보니
6.25 때 피난을 천안 외갓댁으로가 유년시절를 보냈던
그 곳 풍경이 떠오르네요.
제가 인천에서 태어 났다면 계양산에 대해서 조금은 떠올랐을텐데
4학년때 전학을 와 말로만 듣곤 했지요.
괭이부리, 수문통 다리, 배다리, 개건너로 피난을 갔다는 소리등
바다물이 다 들어 왔다는 소리 잖아요.
염전도 주안염전, 소래염전 가본적은 없지만 말로만 들었어요.
개건너 계양산 근처에도 염전이 있었군요.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고향을 갖고 계신 후배님
좋으시겠어요.
참 아름다은 글이네요.
그때의 정겨운 인천의 모습은 지금 찾아 볼래야 볼 수가 없습니다.
바다를 매립해서 송도국제도시를 만들고...
인구도 많이 늘고...이곳 저곳 아파트도 많이 생기고 ..
후배님의 어린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에
흠뻑 빠졌다 갑니다.
함께 나누어 주심에 감사합니다^^*
정영숙(50)
2019-05-18
한참만에 크로바 쉽터에 왔더니
이리 아름다운글이~~~~
여러 해전 어릴때 살던 송림동에 갔더니
내가 살던 집이 작은 중국 음식점이 되어서
혼자 들어가 자장면 한 그릇 시키고
어릴적 추억을 되돌려 본 적이 있네요
좋은글 감사하며
심현녀(56)
2019-05-20
제 추억여행에 지루하진 않으셨어요?
가끔씩 올리시는 두 선배님의 글도 정감이 가는
좋은 작품입니다.
함께 만나 이야기하면 비록 초면이라도
가슴이 따듯해질 것 같아요.
감사드리며,
한번 뵐 기회가 오겠지요?
영희야,
난 작가도 아닌데 고향을 너무 우려먹나보다.
앞으로는 우려먹을 고향도 없어진단다.
그게 서운한 게지.
6월에 만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