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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하의 골짜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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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하의 골짜기 (Red River Valley)
정유년 새해가 밝은지 달포가 되어간다.
한겨울 혹한에 미세먼지에 변덕스런 날씨가 계속되다가 어제는 모처럼 함박눈이 내려
온 대지를 하얗게 덮어주었다.
파란 하늘 눈부신 태양이 천마산 눈꽃 속에서 나를 부르고 있다.
오전 일과를 끝내고 가벼운 마음으로 천마산 산책에 나선다.
목적지는 주로 고뫼골 약수터 아니면 컨디션이 좋을 때는 천마의 집까지 다녀온다.
남들은 혼자서 무슨 재미로 아니면 무섭지 않느냐고 묻지만
동행친구를 섭외하려면 번거로워 가끔 혼책을 즐긴다.
집에서 출발한지 10여 분만에 천마산 입구에 도착하면 습관처럼 폰에 저장된 음악을 들으며 걷는다.
오늘은 경음악 폴더를 텃치하니 오랜만에“홍하의 골짜기”가 경쾌하게 흐른다.
가끔은 들었던 곡이지만 오늘따라 옛 생각이 간절하다.
중학교 2학년 때였던가, 새로 부임한 영어선생님이 참 멋져 보였다.
그 선생님은 교과서 학습 외에 가끔 영어노래를 가르쳐 주셨는데 그중에‘홍하의 골짜기’가 있었다.
당시 시골에 있던 우리학교 영어수업은 간단한 문법 위주의 수업밖에 없었다.
지금은 아이가 태어나 아장아장 걷기만 해도 영어공부를 시키는 시대가 되었지만
나는 중학교 1학년이 돼서야 처음으로 영어를 배웠다.
오선지 노트에 ABC를 소문자와 대문자로 줄에 맞추어 열심히 연습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나의 영어선생님은 홍화의 골짜기 영어가사와 뜻까지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미서부 개척시대 홍하의 골짜기에 살았던 한 카우보이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묻어나는 곡을
멋들어지게 부르면서 우리에게 따라하도록 하셨다.
한창 사춘기였던 나는 선생님이 좋아서였는지 아니면 영어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었는지
열심히 따라 부르며 익혔다.
“and the girl who has loved you so true.”
눈을 지그시 감으며 이 마지막 가사를 부르실 때 선생님은 그 소녀가 자신이 사랑했던 여자라고 하며
우리를 놀리기도 하셨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선생님은 자기 마음대로 cowboy대신에 girl을 넣어 노래를 부르면서
분위기를 살리셨던 것이다.
그해 추석명절로 기억된다.
교내 노래자랑이 있었는데 나는 거기서 이‘홍하의 골짜기’를 불러 당당히 2등을 했다.
선후배동료들 앞에서 14세 소녀가 과감하게 영어로 불렀다는 것이
지금 생각하면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다.
나에게도 그런 담대함이 있었는지.
1등상을 탄 선배 오빠는 공부에나 노래에나 끼가 많았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나 같은 소심한 애가 노래에 소질이 있었는지 신기하기만 하다.
아마 소질이 있었다기보다는 영어로 불렀다는 사실에 더 높은 점수를 준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 후 자신감을 얻은 나는 이 노래가 나의 18번이 되었고 그 영어가사는 머릿속에 쉽게 입력되었다.
지금도 방송이나 라디오에서 경음악으로 나오면 가사를 흥얼거리며 미소 짓는다.
내가 늦게나마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과목으로 선택한 것과 이후에도 영어와 관련된 일을 하며
지낸 것을 보면 그 영어선생님 영향이 아닐까 생각한다.
멋쟁이 선생님! 지금 어디 계세요? 백발이 성성한 모습이라도 한번 뵙고 싶어요.”
어느덧 나는 먼 기억 속에서 깨어나 고뫼골 약수터에 도착하여 약수 한모금을 마신다.
천마의 집에 다다르니 하얀 눈이 쌓인 천마산 골짜기가 오늘따라 미서부 대륙에 있다는
홍하의 골짜기에 하얀 눈이 쌓인 모습처럼 멋지게 보인다.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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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댓글 6 개
정영희(56)
2019-02-18
반가워 ~^^ 잘 지내고 있구나
아들 집에서 늦게 돌아왔단다
잘 읽었어
인연이 만든 결과물엔 부모 스승 친구의 영향이
가장 크고 많은데 우리 시대엔 스승의 영향이 컷던 것 같아
음악 시간에 번안한 기사로 멜로디의 애상을 즐기며 불렀던 기억이 난다
스승의 열정이 총기와 음악성을 자극하여 수상까지 했고
전공까지 이어지는 좋은 결과로 나타났구나
새삼 누구를 만나느냐가 한 인간의 역사를 좌우한다는 생각이 드네
안에 있는 것이 나오는 법이잖아~^^
노년에라도 물려받은 DNA를 십분 활용하여
즐겁게 살자꾸나ㅎㅎ
건강 관리 잘 하고 3월 말쯤 봄맞이 가자
고마워 좋은 글 올려줘서
잘있어 ~^^♡
친절하게 동영상까지 ...
흥얼거리면서 댓글 썼다 ㅎ
댕큐 ~!
심현녀(56)
2019-02-18
며칠전 천마산에 눈이 꽤 쌓였지요
2년여 전 눈쌓인 천마산을 오르며
생각하고 써 두었던 글을 올려봅니다.
또 옛 추억 타령이나 하는건 아닌지..
음악감상하며 들으시면
지루하지 않겠지요..
자막이 있는 영상도 올려봅니다.
위 노래가 선생님이 가르쳐주셨던
버전같아요.
영희야.
함께 즐기고
음악 올리는 법도 갈쳐줘서
고마워~~
정영숙(50)
2019-02-18
아주 오랫만에 들어보는
황하의 골자기입니다
중학교 이 학년때 이 노래를 배워
전교생 앞에서 노래 불러 상끼지~~~~
참 멋진 영어 선생님 이시네요
폰 소리 크게 해놓고
가사 보며 따라 불러 보았네요
감사 합니다
홍정일(49)
2019-02-19
천마산은 이곳 오남호수공원 쪽에서도 산책로가 있다던데 ..
오래전 부터 가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엄두가 나질 않네요.
남양주시민 합창단에서 행사가 있을때 가끔 평내체육관, 화도체육관 갈때
후배님이 사시는 펑내 앞을 지나갈때는
후배님 생각이 나곤 했지요.
이제는 남양주에도 다산신도시에 사암아트홀이 생겼어요.
이곳 저곳 전전하지 않아도 됌니다.
후배님의 옛 추억에 빠져 학창시절에 많이도 불러 보았던 '홍하의 골짜기'
올려주신 동영상을 보며 오랜만에 흥얼거려 보았습니다.
수고하심에 고맙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
심현녀(56)
2019-02-21
홍 선배님!
건강하게 잘 지내시죠?
별거 아닌 제 추억여행에
동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이 글을 올리고 부터
제 스승님을 찾아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계시다면 이 글도 보여드리고 싶고요.
저를 기억하고 계실지 모르지만.
영희야.
우리 만나면 한 번 같이 불러볼까?
그래서 여자목소리 Connie Francis 버전도 올려보았어.
후렴은 가사 내용이 완전히 다르더라.
글구 이 곡은 미국 민요에 속하는것 같아.
조만간 만나게 되겠지..
잘 지내~~
김용숙(56)
2019-02-23
그집으로 출퇴근하니 컴퓨터도 못 열어 보고
지금 열어 보니 나도 좋아하는 "홍하의 골짜기
좋은글과 함께
따라 부르며 왠지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하루구나
수고했고
항상 건강하고
좋은일만 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