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쉼터
자유게시판
클로버쉼터
| 다산초당에서 2 | |
|---|---|
 |
|
다산초당에서 (2)
다산의 시문집에는 2500수의 글이 있는데 그중 초당 주변의 아름다운 정경을 노래한 茶山花史 20수 중 3편(한글번역본)을 이곳에 소개한다.
귤동 마을 서편 깊숙하고 그윽한 다산
천 그루 솔밭 사이 시냇물 한 줄기
시냇물 시작되는 바로 그곳
석간수 맑은 곳에 조용한 집 서있네.
조그마한 연못 하나 초당의 얼굴인데
그 가운데 세 봉우리 석가산이 솟아있네
온갖 꽃 사시사철 섬돌에 둘러 피니
물 가운데 얼룩얼룩 자고무늬 수놓았네.
사랑채 아래 새로 개간한 조세 없는 밭
층층이 자갈을 쌓고 흐르는 샘물 가두었지
금년 처음으로 미나리 심는 법 배워
성안에서 채소 사는 비용 들지 않는다네.
다산은 이렇게 풍부한 감성을 지닌 자연인이자 사랑하는 가족을 둔 한 가정의 가장이었다. 다산의 하피첩4)을 보면 천리길 먼 곳에서 보낸 다산의 가족 사랑이 얼마나 지극했는지 알 수 있다.
반면 다산은 예리한 통찰력과 원대한 꿈을 갖고 시대를 앞서간 학자이자 사상가였다. 다산은 평생을 학문에 전념하고 후학을 가르치며 당쟁으로 인해 피폐해가는 나라의 부강과 안녕과 질서를 찾기 위해 전 생애를 바친 민족의 스승이기도 했다. 나라사랑을 향한 그의 집념의 결과는 다음과 같은 세 부류의 저서에 잘 나타나 있다. 간략히 소개하면, 그 첫째 牧民心書(48권 16책)는 국가재정의 기반이 되는 농민의 생산과 경제에 초점을 두고 백성을 다스리는 지방관의 도리에 대해 저술한 책으로 당장 실행하기는 어려워도 다산이 마음속으로 실행하고 싶었던 정책들이 실려 있다. 그 다음 經世遺表(44권 15책)는 다산의 사회경제사상을 대표하는 책으로 소속관청이 준수해야하는 사회경제의 기본원리와 토지제도, 조세제도의 개혁방안 및 정책건의서를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欽欽新書(30권 10책)는 하나의 형법서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과 힘없는 백성들이 공평한 권리를 갖도록 백성들의 인권을 강조하고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다.
다산의 18년간의 유배생활는 57세 되던 해,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1818년)에 해배되어 그의 고향 경기도 광주 마재리(현재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로 귀향함으로 끝이 난다. 이후 회갑 되던 해에
自撰墓誌銘5)을 집필하고 75세로 사망할 때까지 그는 연구와 저술을 계속하며 실사구시의 학문을 펼쳤다. 마침내 그는 결혼한 지 60주년 되는 해에 回巹詩(회혼을 기념하는 시)를 지어 남겼는데, 회혼례를 며칠 앞두고 75세를 일기로 마재리 고향집에서 조용히 눈을 감았다.
한마디로 나에게 다산 정약용은 누구인가? 그의 평생이 비록 슬픔과 역경과 고난의 연속이었으나, 그것은 사랑과 인내와 노력으로 견디어낸 인간 승리의 즐거운 여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회근시(한글번역본)를 감상하며 얻은 결론이다.
60년 풍상의 세월, 눈 깜짝 할 사이 흘러가
복사꽃 활짝 핀 봄, 결혼하던 그해 같네.
살아 이별, 죽어 이별이 늙음을 재촉하나
슬픔 짧고 즐거움 길었으니 임금님 은혜 감사해라.
200년 전 시간여행을 하다 보니 어느새 우리에게 주어진 일정시간을 한참이나 초과했다. 우리는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귤동(만덕리) 마을로 이어지는 숲속 길을 따라 서둘러 내려갔다. 얼마를 내려가니 아담한 묘소가 보인다. 다산의 18제자 중 하나인 윤종진의 묘다. 아무리 바빠도 그 분 앞에서 묵념을 하고 묘비를 살핀 후 우리는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수백 년 된 소나무 숲속으로 계곡물 소리와 지저귀는 새소리가 아직도 우리 일행을 따라오고 있다. 우리는 여유있게 노래도 부르고 재잘거리며 내려가는데 맞은편에서 버스 기사님이 환한 웃음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많이 지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화내지 않고 오히려 우리를 대견스러워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우리는 다산기념관에 둘러 잘 꾸며진 기념관을 구경하며 잠시 휴식을 취했다. 기념관 가까이에는 전라남도 공무원교육원이 한창 건축 중이었다.(2020년 완공예정) 다산의 사상을 이어받을 많은 목민관들이 이곳을 찾아 교육받고 훈련받아 다산이 꿈꾸어 왔던 그런 세상이 하루 속히 왔으면 하는 바람으로 우리는 다음 여정을 향해 귤동 마을을 떠났다.
4) 다산의 부인 풍산 홍씨가 자신이 쓴 시와 함께 시집올 때 입었던 빛바랜 치마를 다산에게 보냈고 다산은 그 치마를 잘라 아들들에게 가르침의 글을 써 보냈는데 나중에 그것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 하피첩이다.
5)자찬묘지명은 다산이 지은 자신의 묘지명으로 그의 파란한 삶을 회고하며 스스로 정리한 자서전임. 보통 주인공의 생애를 주변인물 중에 문장이 뛰어난 사람이 쓰는데 맹목적인 예찬이나 거짓내용으로 꾸미는 폐단이 많았다고 함.
2018년 12월
다산 해배 200주년을 기념하며
** 이글은 박석무의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2014년) 참고로 했음
|
|||
| 이전글 | 다산초당에서 1 |
| 다음글 | 차이코프스키 - 이태리 기상곡 Op.45 |
COPYRIGHT © 2017 인천여자고등학교총동창회. ALL RIGHTS RESERVED.
총 댓글 6 개
홍정일(49)
2018-12-28
저는 글 재주가 없어서요ㅋ
반가운 마음에 들어와 댓글을 달고 다시 들어와 보니
댓글이 사라져 깜짝 놀랬어요.
여행후기 너무 잘쓰셨어요.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생가가 남양주에 있어서
오래전에 다녀왔었습니다.
남양주시립합창단에서도 뮤지컬 공연이 있어서 보고...
제가 다녀온 천년고찰 수종사에도 인연이 있고 정조대왕과도 각별한 사이...
업적 또 한 잘 알기에 함께 여행을 하듯 즐거운 마음으로
잘 읽었습니다.
글 솜씨가 훌륭하시어 부럽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자유게시판에서도 자주 뵙기를 ...
늘 건강하시고 새해에도 모든 꿈 이루시기를 바랍니다^^*
심현녀(56)
2018-12-28
하사받는 장면. ㅎ ㅎ
정영희(56)
2018-12-28
처음엔 다 서툴지 ...
위는 우리가 갔던 가우도 출렁다리
묵직한 글도 좋고...
사는 이야기 사진 등으로 말을 거는 공간이야
천마산의 사계도 좋아
거기 언니들과의 여행이야기 기대하마~^^
심현녀(56)
2018-12-29
홍선배님, 가끔 눈팅만 하며 선배님의 글을 즐겨 보았는데
제 글을 잘 읽으셨다니 감사합니다.
다산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잘 알고 있길래
다산 해배 200주년을 맞아 저도 그냥 관심 좀 보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저도 선진들의 교훈을 다시한번 배우게 되었구요.
영희야,
너희들과 함께 했기에 강진여행이 보람있었지.
우리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좋은 곳 많이 다니자.
항상 내 글 친구가 되어주어 고마워~^^
김봉희(56)
2019-01-01
나도 목민심서 받고 싶어요 ~~~``
심현녀(56)
2019-01-05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강진가서 받으시길~ㅎ
글구 "연잎의 관성" 중 가끔이라도
한편씩 여기 올리면 어떨까요?
네 시들 다시 읽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