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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향이 머무는 봄
오래전 박하사탕을 즐겨 먹던 시절이 있었다. 달달하면서도 화한 그 맛은 입안에 오래 남아 한동안 나의 오감을 만족시켜주곤 했다. 나는 그 박하향의 주재료가 되는 박하나무(반관목 半灌木:풀과 나무의 중간 형태) 한 그루를 정성껏 키우고 있다. 잎사귀를 톡 건드리면 집안에 은은하고 향긋한 박하향이 퍼진다. 그뿐이랴. 무성하게 자란 박하잎 서너 개를 따서 아침 샐러드에 곁들이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내가 다른 허브(herb)보다 이 박하 허브를 좋아하는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어린 시절 고향집 앞을 흐르던 실개천에 무성하게 자라던 박하나무 정경이 아직도 마음속에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때는 이 향기로운 풀이 박하라는 것을 몰랐다. 누구 하나 그것이 박하나무라고 알려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해마다 봄이면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 이상한 풀이 자라고 있었고 그 잎을 스칠 때마다 향기가 주변으로 멀리 퍼져나가곤 했다. 최근에 둘째 오빠한테 여쭈어보니 그 향기 나는 풀을 기억하고 계셨다. 그 풀은 우리 동네에서 우리집 앞 실개천에서만 자랐는데, 어느 날 고향에 와보니 그 풀이 보이지 않았다고 하셨다.(오빠는 학업관계로 인천시내에서 지냈고 가끔 고향집에 들르곤 했음) 이 신비로운 풀은 적어도 수년 동안 부모님을 비롯한 우리 7남매에게 싱그러운 향기를 선물해주고 어디론가 떠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고향 북쪽 끝 할미산에서 시작된 실개천은 우리집 마당을 지나 아랫동네를 거쳐서 서해바다로 흘러갔다. 장마철이면 개울물이 불어나 흙탕물이 되어도 박하풀은 쓸려 내려가지 않고 다시 자라서 향기를 피워냈다. 나는 그렇게 박하풀과 그 향기를 기억 속에 간직하며 자랐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후에도 그 향기는 잊히지 않았다. 박하사탕을 먹을 때면 더욱 선명하게 떠오르곤 했다.
십 수년전 허브농장을 견학한 적이 있다. 그때 허브와 다육식물을 구경했지만 정작 박하허브는 보이지 않았다. 화초 기르기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나는 바질과 로즈마리만 선물 받아 몇 년 동안 키워보았다. 그러나 그 향이 내 취향과 맞지 않아 결국 지인들에게 내어주었다.
박하허브는 너무 흔해서일까. 지금도 어느 시골 들판에 가면 쉽게 만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러던 중 작년에 단골 미용실에서 우연히 박하허브를 만났다. 톡 건드리자마자 퍼지는 은은한 박하향, 그 순간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웠다. 그리고 줄기 몇 가지를 얻어다 우리 집 화분에 옮겨 심었다. 곧 뿌리를 내리고 잎이 무성하게 자라면서 마치 고향집 실개천에 그 박하나무가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온 듯했다. 지금도 물을 주고 가지를 다듬을 때마다 향기를 뿜어내는 박하나무를 보면 오랜만에 부모 형제와 옛친구들을 만난 듯 아득한 그리움에 젖는다.
이왕 박하나무를 키우기로 했으니 박하향에 대한 상식도 알아두면 좋을 듯하다. 박하나무(Mentha, 민트류)는 반관목으로 아랫부분은 목질화되고 윗부분은 풀처럼 자란다. 박하나무도 페퍼민트, 스피어민트와 함께 허브로 분류되는 여러해 살이 풀이자 향신료이다. 영어로는 ‘Mint’ 순우리말로는 ‘영생이’라고 부른다. 박하의 주성분 중 하나는 멘톨로 위 운동을 활발하게 하는 효과가 있어 소화불량 개선과 구취 제거에 도움을 준다.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나서 박하사탕을 찾는 이유가 이 때문일 것이다.
박하는 향이 부드럽고 달콤한 느낌이 있어 차로 우려 마시거나 요리에도 활용할 수 있다. 손으로 잎을 비벼서 초콜릿향과 박하향이 함께 난다면 초콜릿민트이다. 내가 키우는 박하나무는 손끝에서 초콜릿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초콜릿민트인 듯하다. 그 외 애플민트도 있다는데 아마 사과맛이 나는 허브일 것이다. 그러면 페퍼민트는 후추맛 즉 톡 쏘는 후추향이 나겠지?
허브(herb)의 향기는 참으로 다양하다. 나이가 들면 미각과 후각도 둔해진다는데 더 늦기 전에 허브향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도 익혀두어야겠다. 오늘은 무성한 박하나무 줄기와 잎을 솎아 햇볕에 말려볼 생각이다. 따듯한 물에 우려내어 박하차를 만들고 그리운 고향의 향기에 취해보고 싶다. 벌써부터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도 상쾌하다. 지난 며칠간 미세먼지로 답답했던 가슴도 한결 가벼워지는 듯하다. 밝은 햇살 속에서 진짜 박하향 가득한 봄이 오고 있다.
2025년 3월 춘분지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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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댓글 5 개
홍정일(49)
2025-03-23
박화향에 매혹되어 옛추억에 머물게 되섰네요.
좋으시겠어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6.25 때 천안과 온양사이에 있는 외갓댁에서 머물러 있었던
어린시절이 좋은 추억이 되어 마냥 그립기만합니다.
냇가와 미루나무,들과 산이 둘러 있었던 곳.
마당 꽃밭에는 손톱에 물을 들었던 봉숭아꽃, 분꽃,의숭화,채송화.맨드라미, 해바라기꽃,칸나.
많은 꽃들이 피어 좋아라 했던 시절.
지금은 이름모를 외래종이 많이 들어와 우리의 옛 꽃들 보기가 심들어져
어디서나 우리가 보았던 옛 꽃들을 보면 얼마나 반가운지요.
문화가 발달함에 따라 허브라는 새로운 차들이 등장.
요즈음은 집에서도 많이 키우기도 하지요.
오남 둘레길에서 많은 꽃나무들과 야생화도 많이 보았는데
박하나무는 보지 못했습니다. 꽃이 보고 싶어요.
사진좀 올려 주세요.
나의 어린시절 서울에서 태어나 외갓댁으로 피난.
4학년때 인천으로 전학. 제2의 고향이 되었지요.
그래서 인천에서의 어릴적 추억이 아쉽게도 없어요,
친구들을 통해 주안 ,부평이야기를 듣곤 했지요.
후배님의 글을 통해 계양산 자락에 있는 자연을 알게 되었어요.
좋은 추억들이 있는 것 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좋은 글 잘 보았습니다^^
심현녀(56)
2025-03-25
박하는 반관목으로 잎이나 줄기로 그 향기를 발하는 여러해살이 풀이예요.
그 종류가 엄청 많은 걸로 알고 있어요. 제가 여기 소개하는 박하는
제가 어린시절 보았던 박하풀(책에서는 박하나무라고도 함)을 중심으로 이야기했지요.
영어로는 허브라고 부르기도하고 특이한 향을 발하는 민트류도 있지요.
좀더 알아보고 새로운 내용 있으면 또 올릴게요.
심현녀(56)
2025-03-25
그 안의 작은 화분은 스피아민트(스피아껌향), 페퍼민트(후추향) 애풀민트(사과향)인데
동네 꽃집에서 급히 얻은 것이고 앞으로 큰 화분에 옮겨심을 예정임.
이 사진은 위 사진(초콜릿민트)의 잎을 가까이 찍은 것임
홍정일(49)
2025-03-25
예쁜유리병에 담아 리본도 달고 ~
종류가 너무 많지요.
숙면에 좋다는 카모마일, 금잔화 메리골드,하와이안 히비스커스 등
아이들이 사다줘 먹어 봤지요.
후배님은 꽃을 잘 가꾸시는 것 같아요.
저도 한때는 많이 길러 봤지요.
홍정일(49)
2025-03-25
우리집으로 온지 2년 잎은 많이 났는데
아직 꽃을 피우지 않고 있네요.
주황색 꽃 보고 싶은데~
언제나 꽃을 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