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편지 쓰기를 좋아했던 것 밖에는 아무 것도 아는 게 없는 사람이다. 

특별히 글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책을 많이 읽는 문학소녀도 아니었다. 

내가 편지를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말 주변이 없어서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들을 

상대방에게 잘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편지는 내 마음을 전달하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했다.

약혼시절에는 남편과의 사이에 오해가 있어 그것을 풀기위해 편지를 썼고, 

직장관계로 떨어져 있는 동안에는 그리움을 전달하기위해 편지를 썼다.

결혼 전에는 함께 살기도 했던 사촌올케에게까지도 편지를 써서 엄마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일을 이해시킨 적도 있었다. 

또 한 번은 친정아버지가 사업을 하시다가 부도가 난 일이 있었다. 그렇게 된 동기를 알리기 위해 

편지를 써서 판사 집까지 찾아내어 편지를 전달 한 적도 있었다. 

그때 나이가 30이었으니까 꽤 오래된 이야기다. 지금도 동기간이 모이면 그 이야기를 하며 엉뚱한 

면을 보이는 나를 두고 한바탕 웃는다.

 

남편은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퇴근 후엔, 하루도 빠짐없이 잠자리에 들어가기 직전까지 

책을 읽다가 잠을 청했다. 그런 남편을 둔 덕으로 많은 책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무엇이 그리 바쁜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책 만 수북하게 쌓아놓고 차분히  끝까지 읽은 적이 없다.

남편이 떠나간 이후, 그는 세상에 없지만 지금도 여전히 나의 머리맡에는 많은 책들이 쌓여져 있다.

읽어내지도 못하면서 관심은 있기에 아직도 버릇처럼 책을 가까이 둔다. 

오래 전 그때, 책을 읽어야할 필요성을 진즉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남편 곁에서 나도 먼 훗날을 예비하며 함께 책을 읽었더라면, 지금 이렇게까지 지적 자산에 

목 말라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수필과 인연이 되리라고는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

 

수필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남편의 중고등학교 동창 부부동반 모임인 오팔 산악회에 나가기 

시작했을 때부터이다.  200회를 맞이하면서 등반기념으로 오팔 춘추 책자를 내려하니 글을 써 

달라는 부탁이었다. 북한산에서 일행과 떨어져 겁이 났었던 일, 적정산의 가을  단풍들, 

영남 알프스의 억새풀들의 물결. 수 없이 많은 산 들이 떠올라 ‘지난날들의 추억’ 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써냈다. 산행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이 때 부터이다.

그리고, 사찰 홈페이지에 좋은 글을 옮겨 올리다 보니 자연히 산행일기도 올리게 되었다. 

글쓰기의 아무런 지식도 없이 그냥 보고 느낀 대로 감정표현만 즐비하게 늘어놓았다. 

많이 쓰다 보니 무엇인가 제대로 알고 정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수필을 배우고 싶었다.

 

문화센터를 갈려고 마음먹기 시작한 뒤로도 여러 해가 지나갔다. 벼르다가 세월만 보낸 것이다. 

더 늦기 전에 일을 저질러야지 하고 수필로 등단한 친구에게 물어보니 그 친구가 알려주었다. 

인천중앙도서관에 문의를 해 보라고-

나는 곧 바로 전화를 해 보았다. 친절하게 요일과 시간을 알려주었다. 들뜬 마음으로 그 날을 

기다려 수필교실에 문을 두드렸다. 선생님을 비롯하여 모든 분들이 나를 반겨 주었다.

첫 날 선생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주제 소재도 없이 써 내려간 나의 산행일기가 부끄럽기 짝이 없었다.

빨리 합류하지 못 한 것이 정말 아쉬웠다.

책을 많이 읽지 않고 살아온 나에게 수필은 어려운 것 같다. 첫 술에 배부르랴, 시작이 반이라 했거늘 

열심히 노력하면 안 될 것이 어디 있겠는가! 마음을 다 잡아 먹었다. 덕분에 거리가 멀었던 책들과도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하니 나에게는 큰 소득이다.

노년에 접어든 길목에서 등산과 합창과 서예. 아직은 모든 것이 아마추어지만 내가 좋아해서 시작했던 

것들과 함께 수필도 또한 동행 하리라.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고 스스로 만들어야한다고 흔히들 말 하지 않는가. 

바쁜 생활 속에서 오늘도 그 시간이 그리워지며 나는 늘 감사함을 가슴에 담고 있다. 나를 지도 해 주시는 

문혜영 선생님과 선배님들의 격려에 용기를 얻어 함께 갈 수 있어서 나는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