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ongest Day

“The Longest Day”는 ‘지상 최대의 작전’ 또는 ‘가장 긴 하루’로도 불리는 영화제목이다.

1962년 제작되었고 존 웨인, 헨리 폰다, 로버트 미첨, 리처드 버튼 등 당시 내로라하는 일류급 배우들이 주연한 영화다.

세계 제2차대전 중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야기로 런닝타임이 장장 3시간이었다.

나는 여고시절 이 영화를 관람하였는데 별로 재미있게 감상하지 못한 걸로 기억된다.

여고생에게 전쟁 영화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아마 학교에서 교육상 의무적으로 관람하게 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그 영화제목은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저장되어 있었다.

행진곡조의 경쾌한 주제곡도 가끔 나를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하곤 했다.

‘가장 긴 하루,’ 왜 그런 제목이 붙여졌을까?

그 후 나는 오랜동안 그런 의문을 품으며 지내곤 했다.

1944년 6월 6일 하루 종일 지속된 전쟁의 참상, 비록 하루 만에 극적인 작전은 종료되었지만 얼마나 지루하고 참혹했을까.

그것을 이해하기에는 10대 소녀의 마음이 아직 성숙하지 못해서였을까?

수십 년이 지난 오늘 나는 그 해답을 찾았다.

아주 확실하게 온몸으로 느끼며 ‘가장 긴 하루’를 보낸 것이다.

전쟁으로 얼룩진 지루하고 긴 하루가 아니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형형색색의 꽃과 나무 그리고 전통이 어우러진 곳에서 적당히 많은 사람들 사이를 천천히 오가며

하하호호 사진도 찍고 옛이야기도 나누며 지낸 하루이다.

물론 지금까지 살면서 경치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즐긴 적은 많았지만 오늘의 경우는 다르다.

맛있는 점심 식사와 간식으로 에너지를 충전하며 지칠 줄 모르게 웃고 떠들면서 하루를 보냈다.

3년여 동안 굶주렸던 정서가 하루 만에 차곡차곡 마음속에 채워지며 쌓였던 피로가 떠나갔다.

점점 짧아지는 늦가을의 하루가 왜 그리 오래 지속되었는지

마치 조물주께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을 꽉 붙잡고 놓아주시지 않는 것 같았다.

친구들 모두 아쉽게 하루를 마감하고 집으로 돌아갈 때도 서쪽 하늘에는 저녁해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정말 행복했던 길고 긴 하루였다.

사실 지난 3년여 동안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힘들고 어려운 시간을 보냈는지 모른다.

그러나 나름대로 닥친 위기를 견뎌내고 한국인 특유의 강인함을 발휘하며 지낸 사람들도 많다.

소통이 제한된 답답한 생활 속에서도 코로나 이전보다 더 부지런히 자신을 가꾸며 이겨왔을 것이다.

생각하기에 따라 지난 3년의 세월이 지루하고 답답한 기나긴 삶 일수도 있겠고,

시련을 통해 자신을 의미있게 가꾸며 빠르게 지난 시간일 수도 있겠다.

마침내 오늘 나는 옛날 그 영화속의 “가장 긴 하루”처럼 

코로나로 얼룩진 지난 3년의 시간을 한꺼번에 보상받는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낸 것 같다.

여고시절 뜻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보았던 영화 “The Longest Day,”

Mitch Miller 합창단의 그 경쾌한 행진곡을 들으면서 다시 한번 감상해야겠다.

                                                      2022년 가을이 깊어갈 무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