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이면 담장에 붉게 타오르는 넝클 장미가 떠오르는 동시에

나는 6.25 사변을 떨쳐 버릴 수 가 없다.

내나이 8살때 겪었던 아버지의 위대함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6.25사변 당시 세자매를 두신 31세의 아버지와 26세인 어머니가

서울 마포나루터가 있는 마포에서 단란한 삶을 살고 계셨다.

맏딸인 내가 마포국민학교 1학년때의 일이었다.

어느날 아버지와 어머니는 한집에 데리고 있던 조카부부에게

두딸을 맡기고 셋째인 어린 2살짜리 딸만 데리고 부모님 제사 때문에

충청도 당진 큰댁에 가셨다. 그사이에 6.25 사변이 일어난 것이다.

 

조카며느리가 임신중이라 우리들을 데리고 피난을 갈 수 가 없어서

5살인 동생을 서대문 친척언니네 맡기고 나만 데리고 한강을 건너

수원까지 걸어서 갔었던 기억이 난다.

대포소리를 피하려고 큰길로 철길로 번가라 가면서 병정 산모퉁이를

지나려 할 때 어머니와 외할머니를 만난 것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제사를 모시고 집에 오시는 길에 천안 외갓댁에 들렸는데

6.25사변이 난 것이다.

어머니와 외할머니는 우리를 데리러 외가인 천안에서 서울로 오시는

중이시란다. 어머니가 만들어 준 내가 입고 있었던 원피스가 눈에

보이더라는 것. 기적적으로 우리를 만난 것이다.

어머니는 5살인 동생이 보이지 않으니 잘 못 됀 줄 알고 말씀도 못하고

있었는데 서대문에 맡기고 왔다하니까 마음이 놓이셨나 보다

어머니의 얼굴이 밝아 지셨다.

 

이제는 아버지가 동생을 데리러 나서시었다.

또 외할머니가 사위 혼자 못 보낸다고 하시면서 아버지는 외할아버지 바지

조고리를 빌려 입고 그때는 인민군들이 젊은 사람들을 잡아 갈려고 했던

시절이었기에 변장을 하고 외할머니와 함께 동생을 데리러 서울로 가셨다.

 

한강을 건너 마포나루에 도착하니 쉬운 말로 빨갱이들이 줄로 서 있었고

아버지를 붙잡아 마침 아는 사람이 있었어 사실이야기를 하고 빠져 나와

서대문에 가보니 동생이 소꼽놀이를 하고 있었다고 말씀하셨다.

아버지는 친척들을 모두 데리고 한강을 무사히 빠져나와 외가에 도착하셨다.

그후 아버지는 우리가족을 외가댁에 맡기고 젊은 나이시니까 피신하기 위해

부산까지 가셨다고 하셨다.

지금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면 요즈음 30대 아빠들은 어떻게 대처 했을까

나는 가끔 아버지를 떠 올리며 그런 생각을 해 보곤 한다.

 

충남 당진 시골에서 태어나신 나의 아버지는 어려운 농가에서 태어 나시어

서당에서 한문 공부를 하셨다고 하신다. 그래서 필적이 좋으셨나 보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형수 밑에서 자랐다고 하셨다.

18세에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서울에 상경. 끈하나 잡을 수 없는 낯설은 곳

종로에 있는 어느 그릇가게에 취직을 하셨다고 한다.

야간에는 부기를 배우러 경리학원에도 다니시고 거기서 만난 정주영씨는

강원도에서 올라와 쌀가게에 취직 나중에 현대그룹 회장이 되신 것이다.

중국을 가실려고 토목일까지 배우셨다고 하셨다.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끈임 없이 전진하시는 나의 아버지

 

한강 마포나루는 전국에서 물건들을 모아 객주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를 통해

상거래가 시작 되던 곳.아버지는 땔감(장작과 석탄)을 취급하셨다고 한다.

전철이 다니던 마포종점이 있는 곳. 초가집이 많던 시절 기와집에서 살았던

기억이 난다.돈을 많이 버셨다고 한다. 그런 상황에서 6.25가 일어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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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마포나루가 막을 내리고 뱃길따라 인천 화수부두가 일터가 되어 자리를

잡았고 전기와 도로를 만들어 화수부두 발전에 기여를 많이 하셨다고 하셨다.

화수부두에 고깃배를 상대로 얼음공장을 하시면서 제빙사업을 하셨다. 

전쟁이 끝난후 서울집을 파시고 가구들을 옮겨 오셨다. 대나무 침대와 의자

그리고 장식장과 살림살이를 보니 잘 살았던 것 같았다.

 

그무렵  나는 유년을 천안 외갓댁에서 보내다가 4학년때 송현국민학교에

전학을 와 인천사람이 되었다.

 

나의 아버지는 시골에서 태어나시어  서울에 상경하여 성공하기까지 3살때 

3.1운동을 시작으로, 일제강점기,조선왕조말, 8.15해방, 6.25 를 거치며 홀로

많은 것을 겪은 세대 우리들을 지켜주신 위대하신 아버지. 활동가이시며

우리 농산물을 일본에 수출도 하시고 여러 사업을 하신 사업가로 사시다가

많은 친구분들을 먼저 보내시고 84세에 홀로 생을 마감하셨지만 좋은 일도

많이 하셨고 하시고 싶으신것 다 해 보시고 좋은 삶을 사시다가 가신것 같아

자식으로서 마음이 편안했다.

 

점점 세월이 흘러가면서  마음 한켠에는 부모님들께 잘 해 드리지 못 한 것이

늘 후회 스러웠다.

 

아버지!

아무 걱정하시지 마시고

극락왕생하시기를 기원드립니다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