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의 길에서

 

내가 사는 천마산자락에는 ‘명상의 길’이 있다.

뭐 대단한 길도 아니고 유명 인사들이 걷는 길도 아니다.

그냥 내 스스로 명명한 산책로로 약 300여 미터에 이르는 오솔길이다.

산 밑에 여기저기 일군 텃밭을 지나 참나무 떡갈나무 소나무 잣나무 등이 어우러진 나지막한 천마산 자락, 흙과 낙엽을 밟을 수 있고 봄에는 여기저기 야생화가 피어나는 곳, 등산객들로 북적이지 않는 완만한 경사의 산길이다. 이 ‘명상의 길’을 지나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시멘트로 포장된 임도에 이른다. 여기서부터 고뫼골 약수터와 천마의 집을 지나면 등산객들이 즐겨 찾는 천마산 정상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천마의 집을 거쳐 해발 812m의 정상까지 등반을 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건강상 가파른 등산로나 시멘트 포장길은 피하는 편이다.

 

이 ‘명상의 길’은 작년 봄 코로나19로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단절되고 많은 사람들이 그 후유증을 앓고 있을 때 내가 발견하여 이름지은 길이기도 하다.

보고 싶은 가족들과 친구들을 마음대로 만나지 못하고 가슴앓이 할 때마다 나는 이 명상의 길을 찾았다. 집 가까이 있어 아무 때나 오후 늦게라도 그곳으로 달려가곤 했다.

먼저 가벼운 운동으로 몸을 풀고 좋아하는 노래도 맘껏 부른다. 하얀 마스크로 닫혀있던 목청을 활짝여니 가슴이 시원해진다.  다음은 천천히 걸으면서 좋은 글을 생각하고 기도와 성경암송 등 순수한 나만의 마음상태로 돌아간다.  이렇게 한 두 시간 정도 쉼을 갖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하늘을 나는 듯 몸과 마음이 상쾌해진다.

기약 없이 지속되는 거리두기 몇 단계니 하며 집콕만을 강요하는 정부시책에 바깥나들이는 이 명상의 길이 최고였다. 이외에도 동네사람들로 북적이는 호만천을 산책하며 아는 사람을 만나면 눈인사를 나누고 마스크 속에서 웃은 적도 참 많았다.

무엇보다도 나는 이 호젓한 명상의 길에서 심신의 피로를 다독여 주며 새 힘을 얻는다.

가끔 가까이 사는 동네 친구 한 두 명을 초대하여 함께 걸으며 서로의 아픔과 기쁨을

나누기도 한다.

 

지난 일년은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그랬듯이 나도 기약 없는 해방의 날을 기다리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거기에 건강까지 악화되는 고통의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명상의 길에서 점점 나약해지는 심신이 치유되는 경험을 갖는다.

몇 일 전부터 전국적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기 시작했다. 온 국민이 집단면역이 될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알 수는 없으나 가슴속에서 희망의 싹이 돋아나는 것 같다,

 

오늘도 나는 명상의 길을 걷는다.

 작년 5월 온 세상이 푸르고 아름다웠던 계절에 들이닥친 코로나팬데믹으로 온몸이 탈진되었을 때 내 작은 언니가 보내준 메시지를 잊을 수가 없다. 그때 ‘5월의 노래’를 지어 언니의 위로를 받으며 몸과 마음을 추스렸는데…

올해 5월은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에서 해방되어 가족들과 친지들을 만나 그동안 쌓였던 회포를 풀며  마음껏 춤이라도 출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5월의 노래‘를 불러보련다

 

뻐꾹~ 뻐꾹~

뻐꾸기가 찾아왔네

작은 언니가 나를 보고 싶어 하네

 

코로나로 시끄러운 세상

모두 지치고 힘들어 하는데

파란 하늘에서

청아한 노래가 들려오네

 

아~

저 반가운 뻐꾸기의 노래

-힘들어도 기운내라-

그리운 내 작은 언니의 메시지.

 

 2020년 5월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