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역사 100년 최초여성역장, 어느날 매스컴이 나에게 붙여준 명함은 내 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중 가장 의미가 있는 것은 이곳에서의 다양한 손님들과의 만남이고 나는 이들과의 보람된 만남을 위해 단단히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99년 7월2일 역장에 임용된 이래 10월6일 공식적으로 인천지하철이 개통식을 갖기 전까지는 개통준비 및 홍보차 관내 지역유지와  관련 공직자들을 주로 만나며 전에 없이 바쁜 일정을 보냈다.

그러나 개통 이후부터는 지하철이 대표적인 대중교통수단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많은 손님들과 이런 저런 당혹스럽기도 하고 흥미있는 만남의 시간을 갖고있다.

개통식 다음날, 지팡이를 드신 할아버지 한분이 역무실로 찾아오셨다. '무슨 일일까!' 생각하며 미소띤 얼굴로 다가가자 할아버지는 대뜸

  "나도 조씨야. 참 잘했어. 잘해봐" 하시며 어깨를 두드려주시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중앙, 조선등 일부신문에서 '최초 여성역장'이라고 보도한 신문기사의 위력을 실감할수 있었다.

그런데 이 할아버지는 보름쯤 지난 뒤 또 역무실로 들어오셨다. 내가 알아보고 다가가자 할아버지는 또

  "집앞에 역이 생겨서 자주 이용하는데 인천지하철 너무 좋아. 어디 일은 해 볼만한가? 힘들지는 않나? 여자가 역장일을 한다는게 쉬운일이 아닐거야. 용기를 내서 잘해봐, 어디 조씨인가? 나도 조씨야. 정말 잘했어"하시며 또 격려를 하고 돌아서시는 것이었다.

나는 마치 당신의 자식이라도 되는양 다시 찾아서 안부를 묻고 걱정해 주시는 고마움에 "잠깐만요"하고 불러 지하철 기념타월을 하나 드렸는데 타월포장지에 이름을 적어달라고 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봉투는 뜯어버리스는건데요"했더니 "오려두면 되지"하시며 굳이 이름을 써달라고 하셔서 쑥스러운 마음으로 적어드렸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고 돌아서시는 할아버지께 머리숙여 인사를 드렸고 이런 격려가 더욱 편안하고 쾌적한 인천지하철을 만들라는 시민의 요구라고 받아들이면서 '초심의 각오'를 가슴깊이 새겼다.

어느날, 한 아주머니와 공익요원간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무슨 일인지 알아본 나는 고민에 빠졌었다. 아주머니는 막무가내로 털이 북실북실한 개를 안고 지하철을 이용하겠다는 입장이고 다른지하철에서는 아무 문제 없었다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대중 교통수단인 만큼 다른 손님에게 혐오감이나 불편함을 유발하는 행위는 곤란하다는 점을 설명하지, 이분은 아주 불쾌한 얼굴러 표를 집어던지며 돈을 환불하여 역을 빠져나갔다. 안타까왔다.

요즘 부쩍 개를 데리고 지하철을 이용하려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데 분명한 점은 다른 손님들에게 불쾌감을 줄수 잇다는 점이다. 우리 모두가 원하는 질서와 쾌적한 지하철완경은 역장이나 역무원들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바로 지하철을 이용하는 손님 한사람 한사람의 질서의식과 타인을 배려하는 공공의식이 모일때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즐거운 만남을 위해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스쳐가는 지하철역 - 인천터미널역-은 나에게는 보람이 있는 일터이고 타인과의 흥미로운 만남을 이어주는 인연의 장이다. 여성역장이라고 더 특별한 것은 없겠지만 다른 역보다 세심한 서비스와 쾌적한 지하철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화장실과 역 안팎을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닌다.

  "내게 주어진 인천터미널역에서 최선을...." 새천년을 맞는 나의 사명관이다

(인천지하철공사 인천터미널역장 조애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