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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 작성자 : 김용숙(56)
  • 작성일 : 2020-05-15
  • 조회 : 129

*내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사였다*

 

아버지는

초등학교 교사셨다.

평생 교감이나 교장자리도 마다하고

아이들 앞에서 교편을 잡으셨다.

 

하루 종일 재잘대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아버지에게는 더 없는 행복이었다.

 

정년퇴임을 하신 후,

 

아버지는 학생들이 그리운지

저녁이면 앨범을 펼쳐 들고

 

30년 전

처음 만났던 학생들 얘기부터

그리운 옛 이야기를 들려주시곤 했다.

 

이 아이는

정말 말썽꾸러기였지

하루라도 안 싸울 날이 없었단다.

그래도 심성은 착하고 붙임성도 좋아서

나만 보면 떡볶이 사달라며 날마다 조르곤 했지.”

 

유진이는

참 의젓하고 밝은 아이였다.

아프신 홀어머니와 힘들게 살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지.

아프신 어머니 때문에

늘 의사가 되겠다고 말하곤 했었단다.

 

내가 가끔

집에 찾아가서 유진이 몰래

고기며 쌀이며 사다 놓곤 했었는데

 

줄줄이 이어지는 추억담은

늘 우리 자식들 마음을 촉촉이 적시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산책을 다녀오시던 아버지가 쓰러졌다.

 

폐암 말기

 

한 평생 칠판에다 쓰고 닦고 하시더니 폐암이 되셨구나.”

 

희망이 없다는 의사들의 말을 뒤고 하고

우리는 아버지를 집으로 모셔와

할 수 있는 치료를 계속했다.

 

종종 아버지 제자들이 소식을 듣고 찾아오곤 했다.

 

그럼 아버진 또 한참을

옛 추억에 잠겨 이야기를 나눴다.

 

그 때 만큼은 아버지 얼굴에도 생기가 돌았다.

 

그러나 아버지 병세는 날이 갈수록 나빠졌다.

 

기침 때문에 잠을 못 이루시는 날들이 잦아지고,

가래 끓는 소리도 거칠어졌다.

 

마침내 대화를 나주지 못할 정도로 병세가 나빠졌다.

 

그때 마침,

 

진료 받던 병원에서 의사 한 명을 보내주었다.

20대 후반의 여의사였는데,

가래가 끌면 젖은 가재로 손가락을 넣어 가래를 꺼내주곤 하면서

가족만큼이나 지극정성으로 보살펴 주었다.

 

여의사가 오는 날이면 아버지도 유난히 표정이 밝아졌다.

 

한번은 아버지가

기침이 무척이나 심해져 얼굴은 핏발로 벌게지고

목은 가래가 들끓어 숨쉬기조차 답답해 하시자,

손으로 가래를 꺼내던 의사는

난데없이 음료수 빨대를 가져오라고 했다.

 

대체 빨대로 무엇을

하려나하고 의아해하며 가져다주자

 

그녀는 빨대 한 끝을 아버지 목구멍에 넣고

한 끝은 자기가 물고

가래를 입으로 빨아내는 것이 아닌가?

 

자식들도 감히 못하는 일을 젊은 여의사가 하고 있었다.

 

폐암 환자였기 때문에 가래에서 악취가 심했다.

 

그러나 여의사는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빨아내기를 몇 십분 정도 하자, 가래 끓는 소리가 잠잠해지고

아버지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몇 달 후,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다.

 

장례를 치르고,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 의사 보내드린 적 없는데요?”

 

분명히 병원에서 왔다고 했는데요?”

 

의사 분 성함이 어떻게 되나요?”

 

… …

 

아무튼 저희 쪽에서는 의사를 보내드린 적이 없습니다.”

 

여의사의 이름도 몰랐던 나는

헛걸음만 한 채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얼마 후,

외국에서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돌아가신 아버지께 온 편지였다.

 

"선생님,

저 유진이에요.

선생님이 참 예뻐해 주시던 유진이,

 

가끔 저희 집에 쌀이며 반찬이며 놓고

가셨던 거 저 다 알고 있었어요.

그때는 자존심이 상해서

차마 고맙다는 말씀도 드리지 못했지만

 

그 못난 제자가 의사가 됐어요.

 

이 소식을 알면

제일 기뻐하실 선생님을 수소문해 찾았을 때,

많이 아프시다는 걸 알았어요.

 

침상에 누워 계신 선생님을 뵈었을 때

의사가운을 입은 저를 보며

비록 말은 못하셨지만

어서 오렴하고 반겨 주시듯

제 손을 꼭 잡아주신 선생님

저 알아보신 거 맞죠?

 

언젠가

제 꿈이 의사라고 하자,

 

선생님은

 

'유진이는

사람의 몸 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고쳐주는

훌륭한 의사가 될 거야' 하셨죠.

 

그 말씀 지키려고요

 

이곳, 아프리카 오지에서

환자들의 몸 뿐만 아니라 마음도 치유해주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선생님도

저를 위해 기도해 주실 거죠?

사랑합니다, 선생님."

 

나는

머나먼 아프리카에서 날아온 그 여의사의 편지를

아버지 묘소에 고이 놓아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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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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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댓글 7

  • 오미례(61)

    2020-05-15

  • 와우우
    아아아

    읽어 내려가면서
    저절로 감동의 소리
    후반부의 편지는 더더욱

    정말 의술을 돈벌이가 아닌
    아프리카 오지에서의 봉사라니
    얼마나 아름다운가

    폐암 환자의 가래를
    자신의 입으로 빨아내주는 그 부분은
    그저 무릎 꿇고
    경의를 표하고픈 마음 밖에는ㆍㆍㆍ^^
  • 김용숙(56)

    2020-05-15

  • 누군가를 믿어주고
    칭찬해 준다면
    그 사람은 분명 큰 일을 해내리라 믿습니다
    좋은 스승에
    예쁜 제자네요

    아주 훌륭한 의사 되리라 또한 믿습니다
    감사드리며
    좋은 저녁 되세요^*^
  • 정영희(56)

    2020-05-15

  • 스승의 날이라서
    뭉클한 사제지간의 이야기를 올렸구나
    사실 여부를 떠나 은혜를 잊고 사는 내가
    부끄럽다는 거야 ^^*

    돈이 있어도 인색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은혜를 입었다고 다 보답하는 건 아니니
    선한 유전자를 타고난 듯 하네
    비유가 적절할지 몰라도 나무도 유실수가 있듯이...
    너무 인간 중심의 이야기 같네만 善根은 따로 있더라고

    잠시 선지식의 모습이 따올라 감사의 묵념을 올렸어
    잘 지내~^^*


  • 노경순(56)

    2020-05-16

  • 용숙아.

    스승의날만 되면 돌아가신 남편을 생각하곤 한단다.
    위글을 읽고 남편이 중학교 교직에 있을때 담임을 맡았든 제자가 떠오르네.
    졸업하고부터 감사하다고 스승의날뿐 아니라 설날도 꼭 찾아오며 감사하다고 한 제자.
    대학을 나와 결혼을 하고는 부인하고 같이 찾아오고 아이를 낳고는 세식구가 꼭 찾아오든 제자가 있었는데
    남편이 돌아가신 소식을 듣고 슬피 울고 장지까지 왔었든 고마운 제자가 생각난다.
    위글의 제자의 마음을 이해할것 같아. 감사함을 아는 착하고 고마운 제자네.

    돌아가신 남편이 많이 생각나네...ㅎ

    잘 읽었어.
    건강히 지내.
  • 김용숙(56)

    2020-05-17

  • 영희야!
    경순아!

    마음 예쁘고 고마운 제자에게 감사하고
    행복하기를 빌어야겠다
    난 작년에 친구 2명과 함께 ㅂ선생님을 뵙고
    자주는 아니더라도
    다시 찾아 뵙겠다고 약속을 했는 데
    올 1월에 돌아가셨다니
    넘 죄송한 마음이구나

    돌아가시니 선생님이
    나 또한 많이 생각나네

    선생님!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명복을 빕니다

    친구야
    우리 건강히 잘 지내자^*^
  • 홍정일(49)

    2020-05-17

  • 감동의 글이네요.

    오랜 삶을 살아가다 보면 많은 일을 겪게 돼죠.
    평상시에 뜻하지 않은 작은 베품이라도 받았을때 늘 생각이 나곤 합니다.
    그 고마운 마음에 늘 언제인가는 갚아야지 하는 생각을 갖게 됍니다.

    이 세상에서 지은 마음에 빚은 꼭 갚고 가겠노라고~ㅋ

    좋은 글
    고맙습니다 .
    늘 건강하세요^^*
  • 김용숙(56)

    2020-05-18

  • 제자가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 주고
    그리고 훌륭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힘을 심어주면
    모두 훌륭한 어른이 되겠지요

    좋은아침 입니다
    건강하시고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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