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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개의 동전*
  • 작성자 : 김용숙(56)
  • 작성일 : 2019-10-01
  • 조회 :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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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6개의 동전*

 

그 아주머니의 얼굴을 보는 순간 나는 흠칫 놀라고 말았다.

 

얼굴 한쪽은 화상으로 심하게 일그러져 있었고

두 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것으로 보아

예전에 코가 있던 자리임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순간 할 말을 잃고 있다가

내가 온 이유를 생각해내곤 마음을 가다듬었다.

 

"사회복지과에서 나왔는데요"

 

"너무 죄송해요.

이런 누추한 곳까지 오시게 해서요,

어서 들어 오세요"

 

금방이라도 떨어 질듯 한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밥상 하나와

장롱뿐인 방에서 훅하고 이상한 냄새가 끼쳐왔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어린 딸에게

부엌에 있는 음료수를 내어 오라고 시킨다.

 

"괜찮습니다.

편하게 계세요.

얼굴은 왜 다치셨습니까?"

 

그 한마디에 그녀의 과거가

줄줄이 읊어 나오기 시작했다.

 

"어렸을 때 집에 불이나 다른 식구는 죽고

아버지와 저만 살아남았어요."

 

그때생긴 화상으로 온 몸이

흉하게 일그러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사건 이후로 아버지는

허구헌날 술만 드셨고 절 때렸어요.

아버지 얼굴도 거의 저와 같이 흉터 투성 이였죠.

 

도저히 살수 없어서 집을 뛰쳐나왔어요."

 

그러나 막상 집을 나온 아주머니는

부랑자를 보호하는 시설을 알게 되었고,

거기서 몇 년간을 지낼 수 있었다.

 

"남편을 거기서 만났어요.

이 몸으로 어떻게 결혼을 했냐고요?

남편은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 이였지요"

 

그와 함께 살때 지금의 딸도 낳았고,

그때가 자기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라고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행복도 정말 잠시,

남편은 딸아이가 태어난 지 얼마 후

시름시름 앓더니 결국 세상을 등지고 말았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전철역에서 구걸하는 일 뿐.

 

말 하는 게 얼마나 힘들었던지

그녀는 눈물을 쏟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어느 의사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무료로 성형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여러 번의 수술로도

그녀의 얼굴은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사 선생님이 무슨 죄가 있나요.

원래 이런 얼굴인데 얼마나 달라지겠어요."

 

수술만 하면 얼굴이 좋아져

웬만한 일자리는 얻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는 달리

몸과 마음에 상처만 입고 절망에 빠지고 말았단다.

 

부엌을 돌아보니 라면 하나, 쌀 한 톨 있지 않았다.

 

상담을 마치고,

"쌀은 바로 올라 올 거고요.

보조금도 나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세요."

 

하며 막 일어서려는데 그녀가 장농 깊숙이에서

무언가를 꺼내 내손에 주는 게 아닌가?

 

"이게 뭐예요?"

검은 비닐봉지에 들어있어

짤그랑 짤그랑 소리가 나는 것이

무슨 쇳덩이 같기도 했다.

 

봉지를 풀어보니 그 속에는

100원짜리 동전이 하나 가득 들어 있는 게 아닌가?

 

어리둥절해 있는 나에게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하는 것이었다.

 

"혼자 약속한 게 있어서요.

구걸하면서 1000원짜리가 들어오면 생활비로 쓰고,

500원짜리가 들어오면 자꾸 시력을 잃어가는

딸아이 수술비로 저축하고.

 

그리고 100원짜리가 들어오면

나보다 더 어려운 노인 분들을 위해 드리기로요.

 

좋은데 써 주세요."

 

내가 꼭 가지고 가야 마음이 편하다는

그녀의 말을 뒤로 하고 집에 와서 세어보니

모두 1006개의 동전이 들어 있었다.

 

그 돈을 세는 동안 내 열 손가락은 모두 더러워졌지만

 

감히 그 거룩한 더러움을 씻어 내지 못하고

그저 그렇게 한밤을 뜬눈으로 지새고 말았다.

 

 

 

 

 

 

                             (퍼온 글)

 

 

 

 

댓글달기

총 댓글 6

  • 정영희(56)

    2019-10-01

  • 용숙아
    '거룩한 더러움' !

    조물주가 당신이 함께 할 수 없어
    인간 누구에게나 공히 넣어 준 것이 양심이 아닐까
    소위 자정장치,

    거저 받은 것에 대한 고마움에 보답을!
    가난하고 더구나 불구의 몸으로 ...
    참 대단한 사람이네
    선근은 따로 있어
    반성하고 가오

    들려 보낸 사람도
    들고 와 헤아린 사람의 마음도 알 것 같아 ^^

    수고했어 ^^* 고마워~!
  • 김용숙(56)

    2019-10-01

  • 영희야

    힘들고 아픈 고통속에서
    남을 돕겠다는 생각
    정말 나도 반성해보는 감동글이네

    토욜날 1호선 전철안에서 도와달라고 하는 구걸아저씨를 외면 했거든.....
    죄책감이 드네
    언젠가 도와 주었는데
    돈 바구니가 떨어졌던가 하여튼 일이 생겼는데
    갑작이 눈을 뜨더라구 그래서 그 이후로는 바구니에 안 넣거든

    하여간 아름다운 마음씨 가진 저 아주머니
    딸과 아프지 말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고맙고
    일교차 심한 날씨에
    감기 조심히고^*^
  • 오미례(61)

    2019-10-01

  • 이런 글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불행중 불행인 사람들이
    다수의 우리들 보다
    훨씬 사람답게 행동한다는 그 생각
    참으로 경이로움 입니다

    사람은 두가지 유형이 공존하나봅니다
    없으니까 더 행겨야해
    악착을 부리면서 담을 쌓는 사람들과
    내가 겪어보니 그게 아니야
    더 못한 사람을 생각해야해 하면서
    실천하는 사람

    어렵지 않은 사람이 얼마일 것이며
    부족한 형편이 얼마이겠습니까만
    물질보다 더 우리를 망가뜨리는건
    사람의 마음먹기라는 그 사실

    나는 과연 어느 부류를 더 많이 택하고 살고 있을까
    깊은 반성과 사유를ㆍㆍ
    오늘 10월의 첫날에^^
  • 김용숙(56)

    2019-10-03

  • 오위원장님

    이렇게 어두운 곳이 주변에
    많이 있는 것으로 생각하면서도
    금새 잊고 사는 게
    우리들의 삶인 것 같아요

    도움의 실천은 못 하더라도
    우리 마음만이라도 따뜻한 그런 부류로~~~

    가슴이 넓은 사람 곁에는
    사람들이 모인다지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항상 넓은 가슴으로 시작 합시다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 조춘재(49)

    2019-10-06

  • 누가 말했는지 얼른 생각이 떠오르지를 않는데

    나눔은
    소유와 무소유를 떠나서
    타고나는 성품이라고

    콩 한톨도 나누는 주인공을 생각하며
    많이 부끄러워집니다

    고마워요^^♡
  • 홍정일(49)

    2019-10-06

  • 김용숙 후배님!

    항상 올려 주시는 감동어린 글.
    늘 마음속에 깨달음과 함께 머물다 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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