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home > 자유게시판 > 자유게시판
*할머니의 마지막 사랑*
  • 작성자 : 김용숙(56)
  • 작성일 : 2019-09-05
  • 조회 : 11318

%B8%F1%B7%C32.jpg

        *할머니의 마지막 사랑*

        {네티즌들이 선정한 감동 글}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었을 때..

우리 할머니는 중풍에 걸리셨다..

중풍은 있는 정 없는 정 다 떼고 가는 그런 병이다.

학교에서 집에 들어오면 코를 확 자극하는 텁텁한 병자냄새..

얼굴 높이에 안개처럼 층을 이룬 후텁지근한 냄새가

머리가 어지럽게 했다..

 

일 년에 한 두 번 밖에 청소를 안 하는 할머니 방은

똥오줌 냄새가 범벅이 되어 차마 방문을 열어보기도 겁이 났다.

목욕도 시켜드리지 않아서 할머니 머리에선 항상 이가 들끓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었다.

 

 

할머니가 고혈압으로 쓰러지시고 난 후

처음 1년 동안은 목욕도 자주 시켜드리고

똥오줌도 웃으며 받아내었다.

2년 째부터는 집안 식구들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

3년째에 접어들자 식구들은

은근히 할머니가 돌아가시길 바라게 되었다.

 

금붕어를 기르다가 귀찮아져서 썩은 물도 안 갈아주고

죽기만을 기다리듯이 말이다.

 

 

경우에 따라서 무관심은 살인이 될 수도 있었다.

온몸에 허연 곰팡이가 피고 지느러미가 문드러져서 죽어가는

한 마리 금붕어처럼 할머니는 그렇게 곪아갔다.

손을 대기도 불쾌할 정도로그래서 더욱 방치했다.

나중엔 친자식들인 고모들이 와도

할머니 방엔 안 들러보고 갈 지경이었다..

 

돌아가실 즈음이 되자 의식도 완전히 오락가락 하셨다.

그토록 귀여워하던 손주인 내 얼굴도 알아보지 못하셨다..

할머니가 건강하셨을 때..

나는 할머니랑 단 둘이 오두막에서 살았었다..

조그만 전기담요 한 장에 할머니와 난 나란히 누워

별을 세며 잠이 들었었다..

 

 

아침은 오두막 옆에 있는 밤나무에서 떨어지는

밤을 주워서 삶아먹는 걸로 대신했다..

 

할머니는 나에게 굵은 밤을 먹이려고

새벽부터 지팡이를 짚고 밤을 주우셨다..

할머니가 내 이름을 잊는 일은 절대로 없을 줄 알았는데..

하지만 이성이 퇴화 할수록 동물적인 본능은 강해지는 걸까..

그럴수록 먹을 건 더욱 밝히셨다..

 

어쩌다 통닭 한 마리를 사다드렸더니

뼈까지 오독 오독 씹어 드셨다.. 섬짓하기 까지 했다...

병석에 누운 노인이 그 많은 통닭을 혼자서 다 드시다니..

 

가끔 할머니에겐 돈이 생길 때가 있었다..

고모들이 할머니 방문 앞에 얼마씩 놓고 간 돈이다..

이상의 소설 '날개'에서 아내가 남자의 골방 머리맡에

잔돈을 놓고 가듯 말이다.

그러면 나는 할머니에게 돈을 달라고 졸랐다.

 

할머니는 그 돈을 조금 씩 조금 씩 나에게 주셨다..

한꺼번에 다 주면 다음에 달라고 할 때

줄게 없을까봐 그러셨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돈이 필요할 때면 엄마보다 할머니에게 먼저 갔다..

엄마가 '먹이'를 넣으러 왔다 갔다 할 때 말고는

그 방을 출입하는 사람은 내가 유일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느 날이던가 결국 할머니의 돈이 다 떨어졌다..

나는 돈을 얻기 위해 할머니를 고문했다..

 

손톱으로 할머니를 꼬집었다..빨리 돈을 달라고...

그렇지만 얻을 수 없었다.. 할머니는 정말로 돈이 없었으니까...

 

그때 할머니는 눈물을 흘리셨다..

꼬집혀서 아팠기 때문이 아니라

나에게 뭔가를 줄 수가 없어서 였을 것이다..

가끔 할머니는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시려고 노력하셨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꼼지락 꼼지락 하시는 게

무언가를 주려고 하시는 것도 같았다..

그러나 나는 내 이름도 제대로 못 부르는

할머니를 피하기만 했다..

 

할머니에게서 더 이상 얻을 돈이 없다는 것도 이유 중에 하나였다..

 

간혹 한밤중에도 '.. 흐흐.. ..'하는

할머니의 신음 같은 목소리가 내방까지 들려오면..

나는 흡사 귀신소리라도 듣는 듯

소름이 돋아 이불을 얼굴까지 덮어쓰고 잠을 청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 할머니는 낙엽처럼 돌아가셨다...

그제 서야 고모들도 할머니 방에 발을 들여놓았다..

할머니는 돌아가신 후에야 목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할머니의 몸을 씻으려고 걸레 같은 옷을 벗겨 내었을 때...

할머니의 옷 안주머니에서 무엇인가가 나왔다..

형체도 알아볼 수 없는 거무튀튀한 물체였다..

그것은.... 통닭다리 한 짝이었다..

 

얼마나 오랫동안 주머니에 넣고 만지 작 거리셨는지

손때가 새카맣게 타있었다..

 

이 감추어둔 통닭다리 한 짝을 나에게 먹이려고

그토록 애타게 내 이름을 부르셨던가..

한 쪽 손을 주머니에 넣고 꼼지락 거리며

내 이름을 부르시던 할머니..

마지막 순간까지 이 손주 생각을 하셨는지....

 

 

                TO 할머니..

나 통닭 먹을 때 마다 할머니 생각한다..

특히 다리 먹을 때마다

항상 그때 할머니가 준 거라고 생각하고 생각 하고 먹어..

그러니까 이제 그런 거 안 감춰도 돼..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또 주머니에 밤이며 떡이며 잔뜩 숨겨놓고 있을 거지?

그러지 말고 할머니가 다 먹어..

 

 

할머니 먹는 거 좋아 하잖어..

난 여기서 잔뜩 먹을 께...

거기선 아프지 말고 잘 지내...

이제 영원히 못 만나겠지..?

 

그동안 할머니한테 못해 드린 거 미안해..

하늘나라에서..만약 그때 만나면...

착한 손주 될께...

..이제 정말 안녕할 시간이다..

그런데 할머니..나 이상하게..

자꾸 눈물이 나와...

자꾸..자꾸...

 

           <퍼온 글>

 

댓글달기

총 댓글 6

  • 정영희(56)

    2019-09-06

  • 이야기가 처음엔 어둡다 못해 검은 색만 떠오르대 ~^^
    슬프고 가슴 아픈 피조물의 최후
    그리고 손주의 사조모곡...

    버려진 할머니에 대한 상황 묘사가
    사실적이라 여러가지를 생각케 해
    어떻게 죽어야 하나? ~^^^^
    그래도 손주의 가슴에 사랑으로 남으셨으니
    실패한 삶은 아니시구나 싶어
    그 사랑, 힘이 되고 언젠가 나눌 테니까...

    손주는 훗날 나를 어떤 할미로 기억할까 ?
    환한 웃음에 정갈하고 따듯한 할미로 기억되고 싶다 ㅎ

    아프지 말자
    수고했어 ~^^*

    PS : 쉼터에서 봄세ㅎ
  • 유보희(57)

    2019-09-07

  • 할머니의 마지막 사랑을 읽으며
    제 할머니가 그립습니다.

    할머니 덕분에 세상이 참 따뜻했거든요.

    할머니가 되어 할머니를 그리워하게 하는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오미례(61)

    2019-09-08

  • 나이가 들어갈 수록
    제대로 잘 죽을수 있게 되기를 소원합니다

    왜냐하면
    저정도 되면 아무도 자기자신을 제맘대로 못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누구도 자식들 속썩이고 더럽게 누워있고 싶겠습니까
    다들 소원은 똑같은 한가지 일텐데요
    그게 참 본인이 못한다는데 문제가 있지요 ㅠ

    제몸 잘 다스리고
    병들지 않도록 정성을 쏟고
    만난거 사먹고 몸도 잘 보살피면
    그렇게 될러는지요

    아이들이 보면 노인네 욕탐이라 그럴래나 ㅎ^^

  • 노순희(53)

    2019-09-09

  • 이 글을 읽으며
    요양병원의 현실을 매일 보다시피 하는
    제 입장에선 그냥 연명만 하는
    노인 환자들이 몹시도 안타깝습니다.
    자녀들도 어찌할 방법이 없으니까요!

    잘 살아야 함도 중요하고 생을 잘 마치는 것은
    더 중요함을 느끼지만 아무도 모르는 게
    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할머니와 20대 초반까진 함께 살았었는데
    아직도 기억들이 생생하며 그립네요
    하루 하루를 감사하며...잘 살아야겠습니다.
  • 김용숙(56)

    2019-09-10

  • 손주들에게 아니 가족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고
    생을 마치면 좋을텐데
    고것이 마음데로 안 되니......
    그래도 지금은 요양병원이 많이 생겨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항상 건강하여
    가족에게 짐이 되지 않기를 노력 합시다

    곧 추석이 돌아오네요
    노선배님
    영희야
    보희씨
    미례위원장님
    그리고 모든 선,후배님 친구들

    둥글고 밝은 달님이
    소원을 들어주는
    행복한 한가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감사드립니다^*^
  • 홍정일(49)

    2019-09-14

  • 자식들도 외면하는 정말 서글픈 이야기네요.
    손주에 대한 끝없는 사랑
    무어라 말 할 수 없는 비참한 할머니의 삶.

    나이가 들어가니 가끔 생각을 해 봅니다.
    노년의 삶 어떻게 살아야 올바른 삶인지.....
    자식들 고생시키지 않으려면
    건강한 삶을 위하여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관리는
    본인이 미리미리 준비를 해야 될 것 같아요.

    후세들에게 나의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까....를
    생각하면서 좋은 기억을 남겨 줄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되겠어요.
    잘 못 된 것을 지적하면 잔소리쟁이로 전락
    그렇게 말 잘 듣던 중3 짜리 손녀딸도 사춘기라 그러는지 예전 같지가 않아요.
    남이 하는 것 다 해 보고 싶어서요 (방학때만 되면)
    그래서 잔소리가 늘지요. 요사이 고민 중이랍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 할머니가 될까 하구요....

    후배님!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글에
    잠시 머물다 갑니다.
    고맙습니다^^*


이전글 2019년 가을야유회 답사/인천대공원
다음글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